가상화폐공개(ICO) 파헤쳐보기
2017.12.20 13:06
수정 : 2017.12.20 13:06기사원문
일본 경제지 닛케이신문이 지난 11월 ICO를 소개한 기사의 첫 문장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ICO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ICO를 통한 자금조달액은 지난 3월까지 2000만 달러대에 머물렀었습니다. 하지만 5월부터 급증해 9월의 조달 금액은 자그마치 8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현금조달액의 약 2.6배 규모입니다.
올해 하반기 실리콘밸리를 달구고 있는 ‘ICO’. 도대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ICO란 새로운 서비스를 생각하는 스타트업들과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발행한 ‘토큰’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사용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과 개발자들은 토큰 판매수익을 투자금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제시된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판단될 경우 발행된 토큰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됩니다. 그럴 경우 일반 매매가 가능해집니다. 주식과 매우 유사하지만 의결권이 없으며 법적 입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ICO는 자금조달을 위해서 거쳐야했던 엄격하고 규제된 방식을 벗어나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을 한결 쉽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닛케이신문은 “지루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VC의 사무실에 다닐 필요가 없다”며 “ICO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가장 빨리 돈을 조달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금을 모으기 한결 쉬워진 반면 투자자들은 위험부담이 더 높아졌습니다. 닛케이신문은 “실적도 없고, 존재 자체도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임에도 ICO는 투자자를 끌어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그것만으로 투자금을 모으는 것이니 위험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ICO를 원하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백서(White Paper)를 필수적으로 발행해야 합니다. 백서에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인지 △프로젝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기금이 필요한지 △얼마만큼의 토큰을 기업이 소유할 것이고 얼마만큼을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것인지 △어떤 가상화폐로 투자가 가능한지 △ICO기간은 얼마나 진행되는 지 등을 기록하게 됩니다.
ICO는 대체적으로 3단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우선 일반인이 참가할 수 없는 얼리백커(Early Backer) 공개가 있습니다. 자본금 얼마이상, 거래규모 얼마이상 등 커트라인을 넘어야 참여가 가능합니다. 얼리백커 단계가 지나면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프리세일(Pre-sale)구간으로 돌입됩니다. 본격적인 투자모금단계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후 열리는 메인세일(Main-Sale)보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더 많은 토큰을 주는 등의 혜택이 제공됩니다. 프리세일까지 마치면 메인세일이 시작됩니다.
모든 ICO가 메인세일 후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력, 최고경영자(CEO) 백그라운드 체크 등 거래소에서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상장여부가 결정됩니다. 만약 거래소에 상장이 되지 않는다면 다단계 토큰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경우 개인대개인(P2P) 거래만을 통해 매매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ICO는 투자목표치(Cap)를 정하게 돼 있습니다. 투자목표치는 △제시한 금액이 달성되면 ICO가 종료되는 하드캡(hard cap) △모금액이 제시된 금액을 넘어선 후 일정 시간 후에 ICO가 종료되는 소프트캡(soft cap) △투자금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다가 ICO 중간 시점이나 마감 후에 공개하는 히든캡(hidden cap) 등의 방식을 통해 기업이 정할 수 있습니다.
투자금은 가상화폐로만 받게 돼 있습니다. 주로 스마트 컨트렉트(smart contract) 기능이 있는 이더리움과 가상화폐계의 기축통화 비트코인이 많이 쓰입니다. 최근에는 네오(Neo)와 퀀텀(Qtum), 라이트코인(Litecoin)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투자금을 모집하는 회사의 로드맵에 맞춰 투자받는 가상화폐 종류가 정해진다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4분기 비트코인 열풍으로 인한 가상화폐 과열현상으로 각종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고수익고위험(high-risk high-return) 분야이기도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학습이 안 돼 발생되는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다단계 사기가 증가하고 가짜 코인과 정보가 판을 치고 세력의 놀이터가 되가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정부는 지난 9월 ICO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를 내놓았습니다. 일각에서는 ICO 금지 조치가 자본을 해외로 유출하는 조치라 지적합니다. 유망 벤처기업들이 국내에서 ICO를 할 수 없으니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ICO를 전면금지하고 거래소마저 무기한 금지시켰습니다. 일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열릴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OTC(over-the-counter market) 시장의 활성화를 야기했고 일반 투자자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열현상으로 인한 투기는 잘못된 것입니다. 투기 바람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ICO의 전면적인 금지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