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에서 봅시다”… 與 “평창서 만납시다” 쿤밍 대박

      2018.01.02 18:22   수정 : 2018.01.02 18:22기사원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밝힌 북측의 평창올림픽 선수단 파견 및 남북간 실무자 접촉 제안은 지난 연말 여권 고위 인사들이 잇달아 북측을 물밑접촉한 뒤 나온 결과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아리스포츠컵 2017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기간 중 북한의 4.25체육단 문웅 단장(차관급)을 만났다. 체육단은 체육부대와 같은 성격으로 문 단장은 우리로 치면 차관급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박정 의원과 유승민 IOC위원(전 탁구국가대표 출신)도 최 지사와 일정이 겹치는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중국 쿤밍을 방문했다. 이들은 21일 북한측과 접촉했다.
최 지사와 북측이 접촉한 바로 직후다.

파이낸셜뉴스가 2일 최문순 지사와 박정 의원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얘기를 종합한 결과, 최 지사가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식 요청하고 비용과 숙박 등을 얘기하며 운을 뗐다. 이자리에서 북한이 관심을 갖자 김진표, 박정 두 의원이 사흘만에 북한을 재접촉해 참가 의향을 최종 전달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과거 경제부총리를 지낸 부총리급에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도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위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접촉인사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한 결과다.

또 최 지사 접촉 뒤 김진표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 시작 사이에는 양쪽 실무진간 북핵 문제 등 민감한 대화는 하지 말자는 사전 조율도 하는 등 북측과 여권이 릴레이 협상을 이어간 정황도 나타났다.

최 지사는 이날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시 행사에서 접촉한 결과, 그 당시만 해도 아직 최고 의사결정권자(김정은 위원장)가 오케이(확답을)를 하기 전이니까 녹록치는 않았었다"며 "그 이후에 아마 의사결정 과정을 북측에서 따로 거치지 않았나 그런 추측을 하고 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쿤밍 체육 행사에 대해선 최 지사는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으로 남북교류가 성사가 됐던 것이고 올림픽 참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했다. 당시 아리스포츠컵 2017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는 남북간 경색과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 유일하게 남북 교류 차원에서 열린 행사다.

이번 물밑 협상 과정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및 남북교류 재개에 대한 높은 관심도 묻어난다.

박정 의원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21일 비공식 오찬 접촉 내용에 대해 "(우리가) 올림픽 참가에 대한 요청을 했고 북측에서는 부정을 안해 (평창 참가)가능성이 높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북측이 먼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북한이 공동입장을 한 것을 비롯해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했던 것을 먼저 얘기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한시간 반 가량 이어진 오찬에는 문웅 총단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티타임에 뒤늦게 나왔다. 박 의원은 "준비가 없었다면 올리가 없잖느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고 했다.

또 당일 각국 선수단 격려차 남북관계자들이 모인 포토타임 시간도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의원은 "(북측이) '평양에서 만나자' 제안했고 우리 김 의원이 '평창에서 만나자'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돋궜다"고 했다.
북측이 평양에서 만나자고 언급한 것은 이달 15일부터 총 4차례 강원FC와 북측의 시합 일정이다. 평양에서 열리는 경기는 6월 행사다.
최 지사는 향후 일정과 관련해 "(정부에) 실무접촉을 요청할 생각"이라며 "그동안 실무접촉 중 무산된 경우도 많아서 너무 낙관하지는 않겠지만 긴장하면서 차질없이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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