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배럴당 70弗 '고유가 공포'… 정유사도 '불안'
2018.01.11 17:54
수정 : 2018.01.11 20:53기사원문
국제유가가 3년 만에 배럴당 70달러 돌파를 앞두면서 국내 시장에 '고유가 공포'가 드리워지고 있다. 새해 들어 미국 원유 재고 감소 등으로 유가 급등세가 본격화되면서 지난 6개월간 '거북이 상승세'를 탔던 국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정유사들도 최근 유가 급등으로 정제마진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어 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11일 관련 업계와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0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69.2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고유가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70달러선을 앞두면서 국내 기름값 추가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기록한 건 지난 2014년 12월 2일(70.54달러)이 마지막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과 두바이 현물 가격도 배럴당 63달러, 66달러 선을 각각 넘어서면서 최근 3년새 최고치를 찍었다. 현재 국제유가는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배럴당 15달러 정도 오른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과 중동지역 정전 불안 등의 악재에 최근 미국 원유 재고 감소까지 겹친게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유가 안정의 심리적 저지선인 배럴당 70달러 선 이상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 유가 상황을 예측하는 건 한마디로 '신의 영역'이라 할만큼 불확실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유가급등으로 국내 기름값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 가격도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시장의 보통휘발유(92RON) 가격은 지난해 L당 400원대를 유지하다 11월 들어 508원대로 올랐다가 12월 500원으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제 휘발유 가격도 지난 10일 기준 L당 519.37원까지 치솟았다. 보통휘발유 국제가격이 L당 520원대에 육박한 건 지난 2015년 7월(527원) 이후 2년 6개월만이다. 국제 경유가격도 L당 538원대까지 상승해 2015년 5월 수준에 육박한 상황이다.
전주 국제석유제품 가격이 국내 정유사 공급가에 그대로 연동된다는 점에서 새해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548.54원으로 지난 7월 23일 이후 174일 연속 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휘발유값이 L당 1600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운전자 정모씨는 "최근 유가 하락기에도 주유소 가격은 찔끔찔끔 올랐다"며 "유가가 다시 급등하니 기름값이 어디까지 오를지 걱정이다"라고 털어놨다.
정유사들도 좌불안석이다. 지난 2년간 유가가 안정적 상승세를 타면서 실적을 이끌었던 정제마진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지난 해 9월 배럴당 9달러대였던 정제마진이 현재 6달러 중반까지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휘발유, 경유 등 정제한 제품가와 원유 도입가의 차액인 정제마진은 배럴당 5달러선을 손익기준점으로 잡는다. 단기간 급등한 유가 변동폭을 제품가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