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운동해야 할 임신부에 안정 지시해 사망"…법원, 2억 배상 판결

      2018.02.13 14:21   수정 : 2018.02.13 14:21기사원문

법원이 수술 후 운동이 필요한 임신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병원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환자에게 수술 후 운동 등을 통해 심각한 부작용을 막아야 하는데도 '절대 안정'을 취하게 한 것은 의료진의 과실이라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7부(이원형 부장판사)는 김모씨의 유족이 경기지역 한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1심을 파기하고 "2억2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 등에 따르면 2010년 11월 임신 22주였던 김씨는 밑이 빠지는 느낌이 있어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던 경기지역 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김씨를 진찰한 의료진은 자궁경부가 50% 정도 소실되고 길이는 1.5cm로 줄어드는 '자궁경부 무력증' 증상을 확인, 태아 유산을 물리적으로 막는 응급 자궁경부 원형결찰술을 시행했다.


의료진은 이후 김씨에게 침상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절대 안정(ABR)과 하지 거상(下肢擧上)을 지시했고 김씨는 사흘 동안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숨찬 증세 등을 호소하다가 인근 대형병원으로 호송됐으나 심부정맥 혈전증과 이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수술 이후 장기간 침상에 누워있는 경우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병원 측이 침상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관리 소홀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김씨에게 심부정맥 혈전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최소한의 운동이나 마사지 등 적극적인 감시와 예방적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특히 수술 후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아무 조치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서 의료진은 "식사 때는 휠체어를 이용하게 하는 등 움직이도록 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술 전후 일관되게 움직일 수 없는 ABR을 지시했다고 (진료기록부에)기재돼 있다"며 "설사 식사 과정에서 몸을 움직였더라도 의료진이 심부정맥 혈전증에 대한 예방조치를 시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예방조치를 시행해도 심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했을 수 있고 의료진은 김씨가 쓰러진 이후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취했다"며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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