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탄 딸을 위한 엄마의 고민 '지하철 환승지도'로 나왔다.
2018.03.12 18:57
수정 : 2018.03.13 00:09기사원문
휠체어를 타는 딸이 지하철에서 보다 쉽게 환승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엄마의 고민이 '지하철 환승 지도'로 탄생했다.
휠체어를 타고 환승하기 불편했던 서울 지하철역 33개역 58개 구간을 담은 '환승 지도'다.
장애인이동권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직접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나가 경로를 수집하는 등 지난해 33개역 58개 구간을 다룬 교통약자용 환승 지도를 만들었다고 12일 밝혔다.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든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은 휠체어를 타는 초등학생 딸의 엄마다.
홍 이사장이 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외출할 때 환승 경로를 찾기 어려운 곳이 발견해 지난 2016년 직접 환승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시민 자원봉사자가 휠체어를 직접 타고 현장에 나가서 경로를 수집하는 캠페인 활동과 서울디자인재단의 '지하철 환승 유니버설디자인' 연구로 이어졌다.
홍 이사장은 "자원봉사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일부 현장에서 느낀 안내표지판 요구 사항은 서울 교통공사에 전달돼 개선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로 환승하는 시간과 통행불편요소도 체크했다. 비장애인에 비해 가장 긴 휠체어 환승시간을 기록한 곳은 교대역(11배. 22분), 신당역(10배, 40분), 건대입구역(8배, 25분) 등이었다. 환승시 통행 불편 요소가 가장 많은 곳은 온수역과 노원역(각각 개찰구 2회 통과, 엘리베이터 4회 이용)이었다.
휠체어 타고 조사한 결과 환승이 가장 오래걸리는 역은 교대-건대입구-신당역이었다.
홍 이사장은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교통약자들은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이동 인프라, 적절한 안내체계, 시민의식 부재 때문에 이용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무의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휠체어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안내나 도움이 현장에서 제공되는 환경 조성과 시민의식 고양을 통해 무의 지도가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의는 올해 지하철 내 세대 갈등 해소를 위해 중장년층 환승지도 제작을 진행한다. '서울시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 추가 제작 프로젝트는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함께 활동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장애인 지하철앱을 만들어 공모전에서 수상한 대학생(함성호·김나경)들이 지도 데이터 가공과 디자인에 참여한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2017년 현장리서치 과정에서 지하철 내 세대갈등을 목격했고 교통약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도 있었다"며 "올해는 중장년층-청년세대가 함께 지도를 제작하며 공공시설 이용시 세대간 이해를 높이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일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사회'를 비전으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제시한 5대 분야, 22개 중점과제에는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를 위한 기반 구축의 일환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 강화'를 중점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는 현재 19%인 저상버스 보급률을 오는 2021년까지 42%로 확대하고,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모델을 개발·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철도·공항·버스 등 여객시설에 휠체어 승강기 등의 이동 편의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장애인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