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물 줘야"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집단 성폭력 의혹
2018.03.17 10:11
수정 : 2018.03.17 10:11기사원문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스키장 조성 및 경기진행 업무를 맡은 전문인력 자원봉사자들이 여성팀원을 상대로 집단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한국스키장경영협회와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은 가해자들의 자격을 박탈하고 영구 제명하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전성협에 따르면 피해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용평알파인스키장에서 경기장 조성과 경기 진행을 맡는 전문인력 NTO 자원봉사 4~5팀 10명과 함께 일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수시로 욕설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음주를 강권하고 팀장이나 관계자가 회식에 참석하면 그 옆에서 술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그 중 한 명은 피해자 손을 주무르고 "꽃은 물을 줘야 예쁘댄다"는 말도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대한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이유 없이 피해자 머리를 때리거나 잡고 흔들기도 했으며 담배를 억지로 피우게 하는 등 가혹 행위도 일삼았다. 피해자가 눈물을 보이면 가해자들은 이를 조롱했다. 가해자들이 스키계 선배이기에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른 팀원들은 이를 말리지 않고 못본 척 하거나 비웃었다고 한다.
피해자가 참다 못해 담당 매니저에게 말해 가해자 중 2명이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나, 가해자들은 모여 피해자와 스키를 하는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스키계에서 매장시키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피해자는 앞으로 정말 스키계에서 일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생각에 두려움과 공포,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는 전언이다.
전성협은 "이번 사건은 선수나 직원들을 길들인다는 명분으로 한국 스포츠계에 만연한 반인권적 사건의 연장"이라며 "한국 스포츠계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관행과 문화는 이런 폭력이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구조적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엄벌하는 것은 물론 협회의 실질적인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며 "정부와 체육당국은 기존의 국가적 스포츠 정책, 제도, 관행, 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