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기업 투자결정에 영향 미친다는 사실 실증적으로 확인 (한은 보고서)

      2018.03.29 12:00   수정 : 2018.03.29 12:00기사원문
한국은행은 29일 "통화정책이 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금리가 낮아진 뒤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많았던 가운데 한은의 연구결과는 이런 부정적 시선에 반하는 것이다.

한은 거시경제연구실의 육승환 연구원은 "금리 조정으로 통화정책 파급경로 중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가 작동해 통화정책이 기업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침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기업의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 규모별로 상이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 통화정책 기업투자에 유의미한 영향 줘
다양한 통화정책 파급경로 가운데 기업 단위에서 통화정책이 기업 설비투자 결정에 미치는 효과는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 경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사실 금리변동이 기업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통화정책의 중요한 파급경로 중 하나로 거시분석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특히 일본의 경우 장기간 경기부진을 겪으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육 연구원은 따라서 "미시적 차원의 연구를 통해서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과연 기업들의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연구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제표 자료를 이용해 기업 단위에서 통화정책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자산가격경로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고 주가가 상승함으로써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지면서 투자가 증가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토빈 q'가 기업투자율에 유의한 영향을 주면 자산가격경로가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토빈 q는 제임스 토빈이 1969년 제안한 개념으로 기업의 시장가치를 기업이 보유한 총실물 자본의 대체원가로 나눈 값이다. 토빈 q의 값이 1보다 큰 것은 기업이 보유자산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주주의 부를 증대시켰음을 의미한다.

대차대조표경로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증가하면 기업의 현금흐름이 개선돼 사내유보가 증가하고 외부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면서 기업의 투자수요가 증가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육 연구원은 자산가격경로가 기업의 투자결정에 미치는 정도가 통화정책 방향(완화 또는 긴축)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유동성자산비율과 금리 변동의 교차항을 함께 추정했다.

분석 결과 기업투자율이 유동성자산비율에 유의하게 영향을 받으면 이 경로가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000∼2016년 중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제표 데이터(연간)를 이용해 동태적 패널회귀분석을 실시했으며 관심 변수(토빈 q와 유동성자산비율) 외의 설비투자 결정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부채비율과 영업이익률을 추정식에 포함시켰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기 위해 분석대상기업을 시가총액 규모 상위 50%와 하위 50%로도 나누어서도 추정했다.

육 연구원은 "토빈 q는 기업투자율에 유의하게 양(+)의 효과를 갖는 것으로 추정돼 통화정책과 기업투자 간에 자산가격 파급경로가 작동함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동성자산비율의 계수값도 양으로 추정돼 통화정책이 기업들의 유동성의 변화를 통해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유동성자산 비율과 금리 변동의 교차항 계수는 양의 값을 갖는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경우 유동성 제약이 완화되면서 기업의 유동성이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에 자산가격경로와 대차대조표경로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는데 이는 작은 기업들이 투자할 때 통화정책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함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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