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당 오면 기기서 알람.. 인슐린 펌프 버튼만 누르면 돼

      2018.04.10 16:58   수정 : 2018.04.10 17:21기사원문


【 시드니(호주)=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김미영씨는 1형 당뇨병에 걸린 아이를 위해 해외에서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했다. 이 기기는 혈당을 5분마다 측정해 기록되므로 아이가 손가락을 찔러 채혈할 필요없이 수시로 혈당값 측정이 가능했다. 특히 수면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고 앱을 통해 휴대폰으로도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편했다.

해외 A사, B사 제품은 정확도가 높고 소모품 비용이 덜 드는데다 착용도 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았다. 이에 김 씨는 체코 사이트에서 기기를 수입해 자신의 아이와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들에게 판매하고 스마트폰 블루투스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모듈을 설치했다.
김 씨는 최근 의료기기법을 위반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1형 당뇨병을 앓고 있어도 학교 생활 등 일상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홀리 하인스(14)는 호주 시드니에서 고등학교 9학년에 재학중이다. 1형 당뇨병이 처음 발병한 것은 8세 때다. 시드니어린이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학교에 요청해 당시 간호사로 일하던 루시 캐손이 교육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전체 학생 700명 중 홀리만 1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였다.

■학교서 당뇨병 교육, 친구들과 함께 생활가능

홀리는 "이제는 제가 아이들에게 병에 대해 설명해준다"며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고 저혈당일 때는 어떻게 도와주는지 알려주면 아이들이 잘 도와준다"고 말했다.

발병 첫 해에는 손끝을 바늘로 찔러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체크하는 자가혈당측정법(SMBG)을 이용해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을 체크했다. 또 주사로 직접 인슐린을 주입했다. 하지만 1년 후부터 5분 단위로 혈당 변화 패턴을 읽는 연속혈당측정(CGM)과 함께 인슐린 펌프(SAP)를 사용한다.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면 직접 자신의 몸에 주사를 하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인슐린이 주입된다.

홀리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다. 1주일에 3번은 유도와 비슷한 종류인 쥬지스와 스케이트 보드를 즐긴다. 운동하기 전 혈당을 120으로 맞춘 후 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제거하고 편하게 운동을 즐긴다.

■편리한 기기도입, 환자 삶의 질 높여

호주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클로이 번햄(14)은 3세에 1형 당뇨병이 발병했다. 유치원 교사가 클로이가 1시간에 4번이나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병원 진료를 권했다. 클로이의 가계에도 당뇨병 환자가 없었다.

당시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인슐린 주사를 6개월 가량 사용한 후 인슐린 펌프로 바꿨다. 어린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인슐린 펌프는 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CGM)은 6일마다 한 번씩 소모품을 교체해야 하므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이 때문에 혈당 체크는 보험 적용이 되기 전까지 손가락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자가혈당측정법(SMBG)을 사용했다. 문제는 아이가 잘 때였다. 잠을 잘 때도 3시간에 한 번씩 엄마가 혈당을 체크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 8년간 엄마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

엄마 제니스 벌리는 "연속혈당측정(CGM)이 보험이 적용된 3년 전부터는 밤에 편히 잘 수 있게 됐다"며 "아이가 저혈당이 오면 기기가 알람을 울려주기 때문에 가서 인슐린 펌프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속혈당측정(CGM)은 6일마다 소모품을 교체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보험 적용 전에는 호주달러로 하루 10달러 가량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보험이 적용된 후 3달에 100달러만 내면 된다. 이처럼 호주에 사는 1형 소아 당뇨병 환자들은 의료기기의 편리함을 최대한 누리고 있었다. 홀리나 클로이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1형 당뇨병 교육 때문에 환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또 친구들이 교육을 통해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연속혈당측정(CGM)을 사용하기 때문에 병원도 3개월에 한 번만 방문해 상태를 체크한다. 평소에는 둘 다 의료진과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속혈당측정(CGM)에 기록된 혈당수치로 점검을 받는다.

클로이는 "어렸을 때부터 당뇨병을 앓았는데 의료기기의 발달로 생활이 점점 더 편해지고 있다"며 "한국의 1형 당뇨병 친구들도 의료기기가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말고 일상생활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내 1형 소아 당뇨병 환자, 화장실서 주사

하지만 우리나라는 호주 1형 소아 당뇨병 환자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인슐린 주입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 때문에 혈당 검사법인 자가혈당측정법(SMBG)으로 하루 최소 8번 혈당을 체크하고 최소 4회의 인슐린 주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소아 당뇨병 환자의 경우 학교에서 혈당체크와 인슐린 주사가 쉽지 않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할까봐 화장실에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직접 복부에 놓는 아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저혈당 발현이나 고혈당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활동이 많은 성장기 아동의 경우 혈당 변화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김 씨의 경우에도 연속혈당측정(CGM)이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쉽지 않아 해외에서 반입하게 됐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이 있지만 실제 판매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소아당뇨인협회 김광훈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1형 당뇨병 환자들이 연속혈당측정(CGM) 등 의료기기의 혜택을 못받고 있다"며 "좀 더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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