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중동 리스크' 고리 끊는다
2018.04.12 17:10
수정 : 2018.04.12 17:10기사원문
중동리스크에 국제유가가 또 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내 정유사들은 또다시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중동산 원유 의존도 낮추기에 한층 부심하는 양상이다.
12일 관련업계 및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31달러 올라 66.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만에 2.0% 급등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로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WTI는 이번주에만 배럴당 4.76달러가 올랐다.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1.02달러 오른 72.06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유도 배럴당 67.58달러를 기록해 전날보다 1.07달러 가격이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해 공습 등 군사적 개입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조치가 단행될 경우 중동지역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 국제유가가 더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미사일 공습을 예고한 상태다.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유사들과 금융투자업계에선 시리아 공습시 국제유가가 10% 안팎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동지역의 불안요소가 끊이질 않으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 낮추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수입국가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는 물론 원가 경쟁력도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1~2월 중동 국가들의 원유 수입량을 보면 총 1억511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5441만배럴보다 323만배럴(2.09%) 감소했다. 전체 수입 물량에서 중동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77.82%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84.72%에 비해 7%포인트 정도 줄었다.
특히, 같은기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40% 정도 급감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오만에서의 수입량도 30%이상 감소하면서 전체 중동산 수입량 감소를 이끌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자국내 석유화학 시설에 투입하는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물량을 늘리고 수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란산 원유 가운데 콘덴세이트 비중이 50% 이상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국내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지난해 각각 552만배럴, 481만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4~5월 중으로 노르웨이산 콘덴세이트도 들여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동산 원유 비중이 계속해서 감소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을 고려할 때 WTI의 가격이 두바이유와 큰 가격 차이를 보이지 않아 미국산 원유의 추가 도입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원유 수입국 3위인 이란이 콘덴세이트 수출을 줄여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전체적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