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하락의 늪’ 정유업계 삼키나
2018.07.02 17:54
수정 : 2018.07.02 17:54기사원문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인 배럴당 4달러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정유사업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2일 정유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주간 평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4.1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통상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사업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4~5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마다 원유 도입처와 고도화 설비 수준 등에 따라 원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정제마진이 4달러 미만으로 형성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이유는 원료인 국제원유 가격 상승분만큼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선 국제유가는 이란산 원유 수출 감소 가능성 등에 따라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전날보다 0.67달러 오른 75.86달러로 5일째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원유 판매가격(OSP) 인상도 정제마진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OSP는 원유의 최종 판매가격을 의미한다. 아람코는 아시아에 판매하는 경질유의 7월 공식판매가격(OSP)을 20센트 올려 배럴당 2.1달러로 조정했다. 지난달에도 70센트를 올린 바 있어 2개월만에 1달러 가까이 인상했다. 정유사 입장에선 원재료 가격이 최근 크게 오른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수요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정유사들이 공급을 늘리면서 재고가 늘어나 석유제품의 가격은 주춤한 상태라는 게 정유사들의 지적이다. 최근 미국 정유사들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96.7%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오른 것에 비해 석유제품 가격은 오르지 않아 정제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면서 "미국을 제외한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여름철 수요가 증가하는 '드라이빙 시즌'의 효과로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원유를 구매한 시점보다 판매하는 시점에 가격이 높아져 차액만큼 이익을 보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제마진 하락과 함께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과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 등으로 정유사들의 원가 경쟁력에 부정적인 요소가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