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돈벌이로.. 시류 편승한 상술 논란

      2018.08.05 17:07   수정 : 2018.08.05 17:07기사원문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이 문구는 돈이 곧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페미니즘 콘텐츠를 소비함으로써 페미니즘이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 인정받고자 여성들이 만든 구호였다. 그러나 최근 이 구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페미니즘을 돈 벌이에 이용하려는 상술이 기승을 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페미니즘 앞세워 '굿즈' 비싸게 판매

5일 업계와 SNS(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따르면 서울대 창업 프로젝트팀 '불편한 사람들'은 지난달 31일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 페이지에 공지를 올리고 프로젝트 중단을 결정했다.

팀은 "잘못된 판단과 미숙함으로 인해 후원자들께 많은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몰카탐정 코난(코난)'이라는 몰카탐지기를 개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라며 1대당 가격을 3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코난과 유사한 성능의 몰카 탐지기가 1만원대에 판매되는 것을 발견하고, 가격대와 성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때 5000만원을 넘었던 후원금은 급격히 줄어들면서 결국 펀딩 중단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텀블벅에는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같은 페미니즘적 문구를 새긴 휴대폰 케이스, 에코백 등 각종 굿즈(상품)를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미지를 탈피하자는 의미의 탈코르셋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편승, 일부 미용실에서는 탈코르셋 커트 등의 이름을 앞세운 커트를 선보였다. 남성과 같은 짧은 머리임에도 커트 비용은 남성보다 비싸다.

■"페미니즘 굿즈 경고령… 실천이 중요"

이에 상당수의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그저 돈벌이로 보려는 상술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특히 페미니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돈 냄새 맡고 달려든 남자들도 많다며 이들을 '한남(한국남자 비하표현)'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텀블벅에서 질 나쁜 상품을 '페미 굿즈니까 사라'고 들이미는 것 같다.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밀어주지, 당신들 돈 벌어주려고 페미니즘 하는 줄 아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페미니즘 문구만 박은 조잡한 옷 사는 것보다 '여성의 전화'나 '민우회'에 직접 기부하는 게 훨씬 더 유익하다"는 의견을 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페미니즘 굿즈를 사는 것에 대한 경고령이 내려졌다"며 "페미니즘은 굿즈 구입보다 실천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김 교수는 "2015년께 페미니즘이 막 각광 받을 무렵 텀블벅이 페미니즘적 관점의 전시회를 하거나 사회적 공론화를 위한 플랫폼이 됐다"며 "이후 페미니즘이 대중화가 되자 페미니즘 이름만 가져와 폭리를 취하고 반여성주의적 측면이 강한 사례가 늘면서 진정한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자리마저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문구는 과거 여성운동을 하면 늙어서 가난하게 고독사한다는 선입견이 있어 이런 편견을 깨고 활동 동력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며 "지금은 더 이상 저항적 문구가 아니라 페미니즘에 가장 반동적인 문구처럼 들리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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