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섭다더니… 비싼 고급휘발유 소비량 급증
2018.08.23 16:18
수정 : 2018.08.24 07:13기사원문
기름값이 상승세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고급휘발유 판매비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판매 증가와 정유사들의 마케팅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누적된 올해 무연고급휘발유 소비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9% 증가한 62만배럴(하루 2920배럴)을 기록했다.
고급휘발유가 전체 휘발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로 나타났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석유통계가 작성된 지난 1994년 이래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무연보통휘발유 소비량은 4543만배럴로 전년대비 0.9%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고급휘발유는 지난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꾸준히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고급휘발유의 L당 가격은 지난 2016년 1757.6원에서 올 평균 1874.9원으로 약 6.7% 올랐다. 일일 소비량은 같은 기간 2400배럴에서 2920배럴로 21.7%가 증가해 가격 상승률의 세 배가 넘었다.
앞서 고급휘발유는 수입차가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경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52%에 이를 정도로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이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여파, 보급형·디젤 수입차 증가 등으로 약 6~7년간 소비 정체였다. 하지만 저유가로 돌아선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급휘발유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옥탄가(RON) 94 이상의 휘발유로서 높은 출력과 좋은 승차감을 얻을 수 있어 유럽산 수입 휘발유차량은 대부분 옥탄가 95 이상의 고급휘발유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고급휘발유는 옥탄가가 높아 엔진출력 저하나 엔진고장 등을 일으키는 노킹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줄어 승차감이 개선될 수 있다"면서 "국내 정유사는 옥탄가 100 수준의 고품질 고급휘발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급휘발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수입차 판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수입차 판매는 최근 증가세를 보여 고급휘발유 소비량이 늘어나는 흐름과 유사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 결과, 지난 7월까지 올해 수입차 등록대수는 16만6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5780대)보다 18.3% 증가했다.
정유사들의 마케팅 강화도 한 몫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체험 행사를 실시하는 등 이용자 증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취급 주유소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편 고급휘발유의 소비량은 지역별로 편차를 보였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서울의 고급휘발유 소비 비중이 38.6%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경기가 24.9%, 부산 6.2%, 인천 4.9% 순이었다. 서울 25개구 내에서도 강남구 27.7%, 서초구 21.9%, 송파구 7.3%, 용산구 4.9% 순으로 소비비중이 높았다. 최근 고급휘발유 판매가 증가 흐름을 보였지만 향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발생한 BMW 화재 사고로 인해 수입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