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괴물’ 슬라임, 코르셋 논란 “유아퇴행적” vs “아니다”
2018.08.31 11:59
수정 : 2018.09.10 20:33기사원문
■ “유아퇴행적” vs “남성도 갖고 노는데.. ”
8월 31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논란은 구독자수 수십만을 지닌 유명 크리에이터 A씨가 유튜브에 슬라임 구입 후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A씨는 “(처음에) 슬라임을 왜 갖고 노는지 몰랐다. 한 번 갖고 노니 계속 생각난다”며 새로 산 여러 종류의 슬라임을 뜯어본 뒤 갖고 노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트위터 등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은 슬라임도 코르셋과 같은 개념인 만큼 A씨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여성들이 잘록한 허리라인을 만들기 위해 중세시대부터 착용한 코르셋처럼 사회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힘을 얻고 있음에도 슬라임을 갖고 노는 동영상은 이런 흐름을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슬라임이 유아퇴행적이고 어린 시절 강요당하던 인형놀이, 소꿉놀이의 연장선이라며 이런 키덜트적 문화는 소아성도착 강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 슬라임이 여성의 건강에도 안 좋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반면 슬라임이 왜 코르셋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여성들도 상당수다. 슬라임이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성이 슬라임을 갖고 노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A씨가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주제로 하는 영상을 선보이는 등 그동안 페미니즘적 행보를 보여왔음에도 이를 싹 다 무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코르셋 주장 맥락 살펴봐야”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슬라임 자체를 코르셋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여성들 의견에 담긴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김 교수는 “여성은 외형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태도, 행동양식, 가치관 등에서 늘 여성다움을 강요받는다”면서 “여성은 늘 무해성, 아이 같은 이미지를 지녀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데 슬라임도 그런 이미지의 상징처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슬라임 자체를 코르셋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등학생들이 주로 갖고 노는 슬라임을 20대 여성들이 즐기는 것을 퇴행적이라고 해석할 여지는 있다”며 “여성들이 어린 시절처럼 방 안에서 소꿉놀이를 하듯 실내에서 슬라임을 문지르고 노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해당 유튜버의 경우 페미니즘적 행보를 걸어왔음에도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에 여성들이 책임을 더 묻는 것 같다”고 밝혔다.
슬라임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단순 주장이 아니라 타당한 지적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슬라임의 주 성분인 붕사는 강한 알칼리성 물질로, 피부를 심하게 자극할 수 있다”며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슬라임을 오랜 시간 주물럭거리면 피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걸 만진 손으로 눈을 부비거나 입에 넣으면 위험하다”고 전했다.
이어 “슬라임이 생리주기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도 있던데, 이보다 핵심은 슬라임을 오래 만지면 피부가 벗겨지거나 화상 입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슬라임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도 불분명해 가장 좋은 대안은 슬라임을 갖고 놀 때 비닐장갑을 착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