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서울대 의대 교수 "암생존율 높아지자 뇌로 암 전이 늘어"

      2018.10.10 17:11   수정 : 2018.10.10 21:28기사원문


의사들 사이에서 인간의 뇌는 '신의 영역'으로 불린다. 그만큼 중요하고 다루기 힘든 영역으로, 뇌종양 전문의들 또한 수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암치료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높아지자 뇌로 암이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져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뇌종양이라 해도 악성과 양성으로 나뉘면서 일부 양성 뇌종양은 경과 관찰만 해도 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의들은 뇌종양 진단에 크게 놀라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김재용 서울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10일 경남중·고 재경동창회 조찬모임인 덕형포럼(회장 박경재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이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조찬모임에서 '뇌종양,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뇌종양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뇌종양 발병 추세와 관련, "요즘 전이가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며 "폐암, 유방암이 치료가 잘돼 마지막에 뇌종양으로 연결돼 전이된다"고 말했다.

뇌종양 증상에 대해 "두통이나 마비, 치매처럼 오는 분도 있다"며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특정해서 어떤 증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부연했다.

치료법과 관련해 감마나이프 방사선치료와 면역치료, 표적치료 등을 언급, "종류마다 다양하게 치료하지만 수술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뇌종양 진단을 받고 1년에 한번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만 하는 환자도 있다"며 "뇌종양이 있다고 해도 경과 관찰만 해도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는 항상 긴장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은사가 강조했던 가르침을 재차 언급했다. 김 교수는 "'브레인(뇌) 수술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잘나서 수술하는 게 아니다'라고 은사가 말씀하셨다"며 "무슨 말인가 했는데 교수 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은 무슨 말인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자만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정말 자만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내가 아차 하는 순간 환자가 못 깨거나 제대로 걷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에 집중된 현재의 뇌종양 진료시스템을 언급하면서 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1년에 뇌종양 수술을 100명 이상 정도가 받는다"며 "대형병원에선 3~4명 정도가 뇌종양을 전공해 수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환자들은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으로 예약되는 곳부터 간다"며 "뇌종양 담당의사가 한 병원에 1~2명 있다. 너무도 좁은 영역이라 뇌종양 전공하는 의사들끼리 자주 보고 의견을 나눈다"고 설명했다.

뇌종양의 무게감을 잘 아는 김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질환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환자가 뇌종양이면 주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한다.
그것을 달래주는 게 의사가 할일"이라고 했다.

이 같은 입장에서 김 교수는 다양한 전공의로 구성된 5명의 교수로 팀을 꾸려 1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진료에 임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환자당 15분가량 대면해 상담을 한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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