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닉스 딜레마’ 빠진 금융당국, 암호화폐 법적 지위 논의 속도내야

      2018.10.25 18:30   수정 : 2018.11.01 23:40기사원문
금융당국이 ‘지닉스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차원에서 암호화폐와 암호화폐공개(ICO)등 크립토자산에 대한 정의는 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조차 마련하지 않은채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에 대형 펀드상품이 출시되면서 정부의 규제 사각지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무총리실이 다음달 제시하기로 한 블록체인·암호화페 관련 범정부 입장에서 산업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뚜렷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지닉스 크립토 펀드, 증권으로 분류안돼 신고서 제출 못해
28일 국회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지닉스(Zeniex)’의 ‘크립토 펀드 2호 출시 계획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가상통화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상품출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은 세부 수사권한이 없으니 검찰이 위법성 여부를 가려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닉스는 이달 초 1000이더리움(약 2억원 규모)의 크립토펀드 1호(ZXG 1호)’를 발행한데 이어 다음달 초 공모금액을 20배 늘린 ‘ZXG 2호’를 출시할 계획이었다. ZXG 1호가 상품출시 2분여만에 완판되고, 2호 역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이 본격화되면서 금융당국이 본격 모니터링에 나섰다. 지닉스 크립토 펀드(ZXG)가 집합투자업의 외형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닉스 크립토 펀드(ZXG)는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운용사・수탁회사・일반사무회사 등으로 펀드관계회사를 구성하고 있다. 또 펀드의 모집, 설정, 만기시 펀드 상환 등 거래구조를 명시하면서, 운용전략 및 운용보수 등을 포함한 투자설명서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닉스는 ZXG 1호를 금감원에 등록하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게시한 투자설명서 역시 금감원의 심사를 받지 못했다. 공모금액이 10억원 이하의 소규모 펀드이기 때문에 신고서 제출의무가 없기도 했지만, 자본시장법에서 지닉스 크립토 펀드(ZXG)를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정의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증권예탁증권으로 분류되는데, 지닉스 크립토 펀드(ZXG)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금융당국·검찰도 크립토펀드 해석에 골머리
금감원 핵심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 펀드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도 없는 상황에서 우선은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져서 증권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에 따라 지닉스 크립토 펀드는 자본시장법상 펀드 관련 투자자보호 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위반소지 등을 들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 등 감독대상기관에 대해서만 직접적인 제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역시 암호화폐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이 있는 금융위에게 정확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투자자 피해사례도 드러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당국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이 확산되고 다양한 응용상품이 출시되면서 정부의 규제사각지대가 속속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물론 검찰도 크립토펀드에 대한 해석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암호화폐 법적 실체 정해지면 금융위 인가도 가능
일단 지닉스는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ZXG 2호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닉스는 공지를 통해 “ZXG 2호 관련 상품 및 암호화폐 시장에 관해 금융당국이 명확한 아웃라인을 제시하는 시점 혹은 정부지침을 하달받는 시점에 맞춰 재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다음달 중 정부가 내놓을 입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를 중심으로 이뤄진 암호화폐공개(ICO) 실태조사 결과가 10월 말에 나오면 11월에 정부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