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이 부족하면 소변기 줄여" 법 허점 이용한 '꼼수' 화장실
2018.11.20 13:34
수정 : 2018.11.20 13:43기사원문
법의 허점을 이용해 남성화장실에 소변기를 턱없이 부족하게 설치한 학교가 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장실법 레전드' '탁상행정 그 자체' 등 제목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자신이 현직 교사라 주장한 작성자가 학교 측이 꼼수를 사용해 남성화장실에 소변기 개수를 적게 설치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작성자가 게시한 사진에서 남성용으로 추정되는 화장실엔 대·소변기가 각 2대씩, 여성용으로 추정되는 화장실엔 대변기가 5대 설치돼있다.
눈에 띄는 건 남성화장실에 설치된 소변기 2대 외에 휑하게 비어 있는 공간이다. 작성자는 학교 측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소변기를 고의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변기 개수가 공간에 비해 너무 적다"면서 "리모델링을 했는데 새로 만들어진 화장실에 소변기가 저렇다, 10명이 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데 왜 그러냐고 따져보니 법이 있다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여자화장실 대변기 수는 남자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만큼 설치해야 한다는 법"이라며 "(여성 대변기가) 5개니까 (남성 대·소변기를) 5개 넘게 설치 못한다. 공간이 있는데도 설치하지 못하다니…"라고 말했다.
작성자는 "여자화장실 공간을 넓히기엔 예산이나 공간이 부족하면 남자화장실 소변기를 줄이는 마법을 보여준다"고 한숨 쉬었다.
작성자가 언급한 법은 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 제7조다.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예컨대 여성화장실에 대변기가 6개라면 남성화장실에 대변기가 3개, 소변기가 4개면 안 된다. 여성의 화장실 사용 기간이 남성에 비해 긴 점 등을 고려해 여성화장실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법의 취지와는 별개로 작성자의 지적처럼 남성화장실과 여성화장실의 갯수를 억지로 맞추기 위해 남성용 소변기를 덜 설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행전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는 "남녀 성비나 건물,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해 대·소변기 개수는 지자체와 협의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사례는 사진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고 사례를 정확하게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학생 수나 성비를 고려했을 때 실제로도 소변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설계 단계에서 지자체와 협의를 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