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中 해군력 견제 목적' 대두
2018.12.29 11:28
수정 : 2018.12.29 11:28기사원문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의 해상 군사력 견제에 최종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에 올린 기고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무역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경제적 타격을 중국에 가해 군사비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최대 기술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캐나다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 옮겨붙은 모양새지만 이는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중국의 ‘제조 2025’를 주목해왔으며 앞으로 어디까지 번질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중국을 향한 미국의 전략은 1980년대 초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상대로 했던 전략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1970~1980년대는 미-소 패권경쟁 시기였다. 주로 군사 분야였지만 그 배경에는 여러 경제적 수단들이 존재했다. 김 교수는 "소련 붕괴는 미국과 미사일 방어체제 및 해군력 경쟁의 결과였다"며 "미국과의 경쟁에서 막대한 군사비를 투입하게 된 소련 정부가 갑작스런 유가 하락으로 미국과의 해군 군사경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원래 대륙 국가로서 바다보다는 육지가 더 중요한 국가였다"며 "냉전 이후 20년 동안 동남쪽의 해안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과 해양무역을 하면서 해양국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소련이 1970년대에 그랬듯이 미국이 2000년대와 2010년대 고유가와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중국은 잠수함과 항모구축 등을 통해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군력을 월등히 강화한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이 2016년 함정 숫자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됐다"며 "2011년이 되어서야 미국은 부랴부랴 전 세계 미 해군 자산의 거의 60%를 태평양함대사령부로 이관해 함정 200척, 항공기 1180대, 민·군 승조원 14만여 명을 배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는 ‘둥펑’과 같이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탄 등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미군이 유사시 이러한 탄도탄에 신속히 타격을 가할 경우 중국의 반접근 역량은 무력화될 수 있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북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공식적 이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1세기 미국 패권의 향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다양한 경로가 열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분명한 것은 미국의 패권은 여전히 해양 주도권 유지 여부에 달려 있으며 현재로서는 중국의 인도-태평양에서의 도전이 거세지만 최근 러시아의 강대국 복귀를 고려할 때 미국의 해양 패권에 대한 도전이 때로는 중국에 의해, 때로는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에 의해 여러 군데 바다에서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어떻게 이러한 도전들에 대처할지 한반도는 이러한 강대국들의 해양쟁탈전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에겐 사활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