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요구·주문 자동 취소.. 치킨 가맹점 "기프티콘 'NO!'"
2019.01.12 08:00
수정 : 2019.01.12 08:35기사원문
# "기프티콘으로 치킨을 시키니깐 주소가 어디인지 몰라 배달을 못 하겠다고 매장으로 직접 찾으러 오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취소한다고 말했더니 점주는 직접 취소하라고 말했다. 화가 나서 점주에게 거기서 오기 싫다고 했으니 가맹점에서 취소하라고 반박했더니 취소할 줄 몰라 결국 집으로 배달이 왔다"
패션·식품·생활용품 등 온라인 구매가 증가하면서 기프티콘(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전송되는 바코드 형태의 ‘모바일 상품권’) 시장도 확대됐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기프티콘은 커피·치킨·베이커리·아이스크림 등 종류가 다양하고 현금처럼 편하게 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흔하게 주고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상품권 결제 규모는 ▲2012년 1,084억원 ▲2013년 1,644억원 ▲2014년 2,476억원 ▲2015년 5,161억원 ▲2016년 8,224억원 ▲2017년 1조 2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2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기프티콘 결제·배달 거부하고 사용 시간도 '천차만별'
기프티콘에 입점한 업체 중 유독 치킨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할인 가격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상품도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 홈피에는 사용 가능한 매장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주문하면 결제를 거부하고, 평일이나 피크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가맹점들도 있었다. 또한, 배달을 거부하거나 배달비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맹점, 지역, 브랜드별로 기프티콘 사용 유무와 사용 시간이 천차만별이라 소비자들은 더욱 당황스럽다. 심지어 일부 가맹점들은 인근 매장들과 담합해 단체로 기프티콘 결제를 거부했다.
치킨 값을 올리고, 배달료를 만드는 등 자신들의 처우 개선에는 힘쓰면서 정작 서비스의 질은 후퇴하고 있다. 피해는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 점주는 '갑질', 상담원은 '오락가락'.. 배짱부리는 치킨 프랜차이즈
서울에 거주하는 김동수(39·가명)씨는 금요일 밤 야식을 먹기 위해 기프티콘으로 치킨을 주문했다. 그러나 온라인 주문 4분 만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배달 지연으로 주문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당황한 동수씨는 고객 센터에 전화를 했다. 고객 센터의 대응은 더 가관이었다. 상담원은 “인근 매장 3곳은 기프티콘 주문이 안된다”며 전화를 이곳저곳 돌려주더니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해당 점주에게 안내하겠습니다”라고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황당한 건 회사 홈피에는 기프티콘 사용 가능 매장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상담원과의 통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맹점 점주의 전화가 왔다. 그런데 본인이 왜 전화했는지 이유조차 몰랐고, 동수씨는 상황 설명을 다시 했다. 점주는 설명을 들은 후 짜증 내며 “온라인 주문은 바쁘면 그냥 취소합니다”라며 화를 냈다. 결국 그날 동수씨는 치킨을 시킬 수가 없었다.
한 달 후 동수씨는 다시 도전(?)에 나섰다. 집 인근 다른 매장에 전화로 기프티콘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해당 점주는 싫은 티를 팍팍 내며 사나운 말투로 쿠폰 번호를 입력하며 주문을 받았다. 한 달 전 상담원이 안내했던 기프티콘 사용이 불가능한 매장 3곳 중 1곳이었으나 주문이 가능했다. (실제 홈피에서는 기프티콘 사용이 가능한 매장으로 등록되어 있음)
그러나 배달된 치킨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반반 치킨을 시켰는데 양념은 잘되어 있었지만, 후라이드는 달랑 두 조각 밖에 없었다.
동수씨는 “사람들이 치킨을 즐겨먹으니 프랜차이즈가 고객들을 홀대하는 것 같다”며 “기프티콘을 만들어놓고 왜 이렇게 쓰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본사·가맹점, 기프티콘 문제 해결 의지 없어.. 배부른 치킨업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치킨 기프티콘에 대한 피해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탄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배달료 3천원을 요구해서 직접 매장으로 찾으러 가겠다고 말을 했는데 그래도 배달료 천원을 내야 한다고 점주가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을 안 하는데 왜 배달료를 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점주는 한숨을 쉬며 “기프티콘은 수수료를 더 많이 낸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힘들고, 아예 받지 않는 가게도 있다”며 오히려 당당하게 말을 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배달료를 항의하자 점주는 그제서야 “그냥 와서 가지고 가라”며 전화를 끊었다. 매장으로 치킨을 찾으러 간 주부는 “배달원·종업원·사장의 날카로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며 하소연을 했다.
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집 근처 있는 매장에서 치킨을 포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점주가 “전에도 기프티콘을 사용하셨네요”라며 “기프티콘은 돈이 한 달 뒤에 들어오기 때문에 외상으로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핀잔을 줬다. 이어 “예전에도 우리 매장을 이용한 적이 있으면 해드리겠지만 내역이 없어 해줄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분이 상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이외에도 평일에 주문을 했는데 “기프티콘은 평일에만 쓸 수 있어요”라며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거나 “지금은 주문량이 많아 불가능하다”, “날씨가 궂어 배달할 수 없다”, “본사에서 연락하니 주문을 받아줬다” 등 다양한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점주들은 본사가 기프티콘을 일방적으로 입점 시키고, 계약이 안 된 매장들도 많은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높은 수수료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항변한다. 따라서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사와 가맹점은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해결 방법을 찾지 않고 방관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다. 기프티콘을 만들었으면 쉽게 쓸 수 있도록 개선하든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면 차라리 기프티콘 발행을 그만해야 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피해는 소비자만 받기 때문이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