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협상 재개… 농산물 시장개방 놓고 갈등 예고
2019.01.15 17:06
수정 : 2019.01.15 17:06기사원문
■대화 재개에도 입장차 뚜렷
미국과 EU 무역대표는 15일 만나 연내 무역협상 개시를 위한 대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미 양측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최대 쟁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을 좌초시켰던 농산물 시장 개방이다.
양측은 지난해 7월 무역전쟁 휴전 당시에도 미묘한 차이점을 나타낸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EU가 농산물 시장을 포함해 시장 개방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공동성명에는 이런 얘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당시 협상에 배석했던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 뒤 농산물 시장 개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농업 부문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매우 확실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름스트룀 발언 이틀 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 목표'를 제시하면서 농업을 포함시켰다. 14쪽 짜리 서류에서 라이트하이저는 협상 최우선 순위로 "관세 인하 또는 제거를 통한 미 농산물의 포괄적인 EU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또 관세장벽 뿐 아니라 미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도 철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미 의원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무역정책도 관장하는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인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주) 의원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유럽인들은 도대체 농산물 시장 협상을 원치도 않으면서 어떻게 자유무역협상안이 미 상원을 통과되기를 기대하는지 통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美, 車관세로 압박나설 듯
3월 1일까지 중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고, 일본과도 무역협상을 개시하는 한편 지난해 멕시코, 캐나다와 맺은 USMCA 의회 비준 등 올해 무역정책과 관련해 갈 길이 먼 트럼프 행정부가 EU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EU와 무역협상 목표를 발표함에 따라 이르면 2월 중순 EU와 공식적인 무역협상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관세'로 EU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수입 자동차 관세와 관련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트럼프 행정부는 EU에 양측간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관세를 예외로 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협상이 틀어지면 25% 자동차 관세를 각오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자동차 관세는 EU의 공동전선을 흔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연간 400억달러가 넘는 EU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 관세가 매겨지면 자국 자동차 산업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독일은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해 미국과 타협하자는 입장인 반면 농업국가 프랑스는 농산물 시장 개방은 제외돼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걸림돌은 농산물 만이 아니다. 미국은 전면적인 EU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 뿐만 아니라 유럽 정부 조달 시장에 미 기업들의 접근을 확대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대신 미 조달시장에 외국 기업접근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은 지속되도록 한다는 것이 미국의 협상 목표다. EU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TTIP를 좌초시킨 농산물, 조달시장 접근 등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뒤로 미루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포괄적인 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협상은 험로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