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2019.01.25 10:00
수정 : 2019.01.26 10:06기사원문
#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백종원 대표와 관련한 물음을 빼놓을 수 없다.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설탕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방송 윤리다. 백 대표는 방송에서 그렇게 설탕을 집어넣고 '괜찮아유'하지 않나. 그런데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아서 내가 지적했다. 백 대표를 저격한 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 뿐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골목식당'은 백 대표를 우상화하고 일반인 출연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처럼 프레임을 짜고 있다. 방송이 되고 나면 댓글은 온통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다. 연예인은 전문 출연자이기 때문에 비난할 수 있지만 일반인에 대해 그렇게 하는 프로그램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무슨 대단히 좋은 프로그램인 양 인식하는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그렇다면 '골목식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편집방식을 유지한다면 폐지가 답이다. 일반인이 방송에 부적합한 모습을 보이면 편집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사회적 의미도 없고 개인의 삶인데 일반인을 국민욕받이로 만든다. 왜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 같이 욕을 하는지 스스로 반성이 필요하다.
-'골목식당'의 좋은 점도 있지 않겠나?
▲없다. 백 대표가 가게 운영을 가르쳐 주는 게 대중에게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교육은 반복적인 것이기 때문에 TV를 잠깐 본다고 해서 체득할 수 없다. 위생도 전문기관에서 철저히 교육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이 나서서 가르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공적시스템이 작동하게 하는 게 먼저다.
-'골목식당'은 골목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인데?
▲방송 출연만으로 골목이 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지 않은 식당은 가지 않는다. 방송으로 골목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은 외식·경제 컨설팅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를 내세워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다. 결국 '골목식당'이 방송을 통해 무엇을 남길 수 있나. 백 대표에 대한 우상화와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혐오, 대박 난 맛집뿐이다.
-백 대표가 황 작가에 대한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더라
▲백 대표가 서운해할 수 있지만 내 직업이 그런 것이다. 나는 음식과 관련된 사람과 사회 현상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본업에 충실히 하고 있는데 서운해하면 안 된다. 내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한 적 없지 않나.
-값이 싼 음식, 흔히 '가성비가 좋다'는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적정한 가격, 평균치의 가격보다 높게 받으면 그 사람은 비도덕적인가? 아니다. '가성비만 갑이다'는 내용을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음식의 질로 승부하는 많은 작은 가게들에 대해 폄하하는 것이다.
물론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 철학은 그것만의 가치가 있다. 다른 사람은 그것을 따라 해도 된다. 하지만 방송에 나와서 가성비가 최고인 양 말해선 안 된다. 그것은 백 대표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홍보이자 변명이 될 수 있다. 한국외식사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외식사업, 특히 프랜차이즈 사업은 어떤가?
▲프랜차이즈 가게는 처음에 열면 장사가 잘되지만 얼마 못 가 문 닫는다. 그리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생긴다. 이건 한국 외식산업의 비극이다. 한 자리에서 10년은 해야 가맹점주가 먹고살 만한데 수명이 너무 짧다. 가맹점주는 끝없이 인테리어를 바꿔야 한다. 파리목숨이 됐고 1~2년 버티다 사라지는 구조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왜 이렇게 된 걸까? 한국의 프랜차이즈업자들이 브랜드를 수도 없이 만들어서 시장에 던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그것에 적응해버렸다. 사실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별 차이가 없는데 소비자들이 브랜드만을 소비하는 시장이 됐다.
-백 대표에 대한 지적 탓인지 황 작가에 대한 비판도 늘고 있다
▲백 대표는 1400개 정도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다. 그 가맹점에는 백 대표의 얼굴이 걸려있다. 백 대표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은 곧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분들이 하나씩만 댓글을 단다고 생각해봐라.
하지만 그들에 대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생존 윤리이고 누구나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나에게 달리는 댓글도 여러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생존 윤리이기도 하다.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은 적도 있었다. 황 작가가 받는 오해도 있을 거 같은데?
▲일부에서 내 말의 앞뒤를 자르고 프레임을 만든다. 그중 하나가 친일 프레임이다. 근거 없는 자료로 짤을 만들고 언론은 내가 마치 그런 말을 한 사람인 양 보도했다. 아주 나쁜 짓을 했다.
불고기 논쟁을 다시 한번 떠올려볼까. 나는 불고기라는 말이 야끼니꾸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언론은 '황교익이 불고기라는 말이 일본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도배했다. 이후 온라인에서 친일, '교이쿠상'이라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보를 날조해서 한 사람의 이미지를 망가뜨렸다. 나는 이런 상황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법적인 처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사회와 언론이 얼마나 병들어있는가에 대한 증거자료로 삼고 있다.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