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규모 예타 면제됐지만…지자체 반발·세금 낭비 논란 등 과제 산적

      2019.01.29 11:00   수정 : 2019.01.29 11:54기사원문
정부가 29일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지만 해결해야 할 정치적·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타에서 배제된 지자체의 반발, 선심성 정책 변질에 따른 세금 낭비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총 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 23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건설·토목 주도 성장 회귀
예타는 정부가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전 사업성을 판단하는 사전절차로, 일종의 '새는 돈'을 막기 위한 제도다. 예타를 면제한다는 건 사업성이 없어도 지역균형 측면에서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통상 6개월에서 15개월 정도 걸리는 예타 기간도 단축해 사업기간도 줄일 수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29조5927억원 규모의 사업에 예타를 면제한 바 있다. 이번 발표 내용까지 포함하면 예타가 면제된 사업비만 총 53조7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역대 2위다.

실제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가 과거 이명박 정부의 '30대 선도 프로젝트', '4대강 사업'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2008~2012년 88건의 사업, 총 사업비 60조3000억원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가장 큰 논란이었던 4대강 사업은 전체 예산 22조2300억원 중 19조76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타를 면제했다.

정부는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지역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예타 면제를 밀어부쳤다.

그러면서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정부는 이명박 정부 사례와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많다고 해명했다.

실제 기재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와 달리 SOC(사회간접자본) 외에도 R&D(연구개발) 투자 등 지역 전략사업 육성 관련 사업을 다수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지역이 주도해 제안한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선정했다"면서 "환경·의료·교통 시설 등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R&D 투자 등 지역전략산업 육성 사업은 5개로, 사업비가 3조6000억원인 반면 지역산업 인프라 확충(7개·5조7000억원),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5개·10조9000억원), 지역주민의 삶의 질 제고(6개·4조원) 등 전통적인 SOC 사업이 전체 8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예타 면제 규모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총 사업비 규모는 다소 줄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자체별로 규모가 가장 큰 사업 1개씩만 예타를 면제해도 그 규모가 최대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자체 반발·세금 낭비 비판도
이번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자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앞서 17개 시도는 총 32개, 총 68조7000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신청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점도 문제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선심성 정책으로 세금을 퍼붓고 있다고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4곳이 민주당 소속이다. 실제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사업은 여권 핵심인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신청한 사업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였던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2015년 당시 "SOC분야 사업의 사업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이 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며 SOC 분야 예타 면제 축소 방침을 주장한 바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들이 과거 정권의 토목·건축 주도 성장을 비판해왔지만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규모로 예타를 면제하면서 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 하는데 지자체의 예타 면제 사업 상당수는 다분히 단기 업적 쌓기용으로 보인다"면서 "평소에는 예타를 통과할 수 없는 사업에도 정부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단기 업적주의를 조장하는 듯한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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