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마술사’ 정원민씨, 장애아픔 겪는 사람들에게 ‘마술’로 희망 전하다
2019.03.08 17:09
수정 : 2019.03.08 18:29기사원문
"올해 의족 마술사로 프리랜서 활동을 선언했어요. 저같은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병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마술행사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서요."
'의족 마술사'로 불리는 정원민씨(33·사진)는 마술경력 7년차에 접어드는 베테랑급 마술사다. 한쪽 다리에 의족을 낀 채 아동양육시설 등을 돌며 마술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가 관객들에게 의족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못할 만큼 프로급 마술실력을 갖췄다.
정씨는 "막상 프리랜서를 하겠다고 나서기는 했는데 걱정이 앞서기는 해요. 저를 많이 알려서 소외계층을 위한 마술쇼를 보여주고 싶은데 그게 생각만큼 되지는 않네요. 장애인 마술대회에서 상을 받았지만 일반인 마술대회에도 나가 이름을 알릴 예정이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씨는 초등학교 시절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병원에서 수년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면서 절망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늦은 나이에 입학한 대학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마술동아리 활동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처음으로 무대에 선 날 관객들의 박수갈채에 용기를 얻었고 그 후 마술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작년까지 마술회사에 속해 마술공연을 펼쳐왔다. 최근 장애인·환우 등 소외계층을 위한 마술행사에 더 집중하고 싶어 과감하게 프리랜서로 전향한 것이다 .
특히 이 시기와 맞물려 종합에너지기업 SK이노베이션이 의족 수리를 지원해줘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 의족이 수리되고 나니 마술공연을 하기에도 더 편해졌다. 의족이 새것처럼 바뀌니 자신감도 올라갔다. 오히려 공연을 하면서 의족을 쇼맨십에 활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 행복나눔기금' 제도를 통해 장애인 의족 수리·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 행복나눔기금은 임직원의 기본급 1%를 자발적으로 기부해 조성된 자금으로 소외계층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을 주는 데 쓰이고 있다.
정씨는 "의족은 보통 독일 등 해외에서 사오는데 가격이 비싸게는 수천만원에 이르고 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SK이노베이션에서 의족 수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어요. 회사 측은 의족 수리 작업뿐 아니라 저의 마술공연 활동도 지원해준다고 약속했어요. 너무 고마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SK이노베이션이 의족 수리 지원을 인연으로 마술공연을 더 많이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 크게 감동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술공연은 많지만 정씨처럼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술공연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정씨는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하는 게 제 꿈이에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저를 알리고 싶어요.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이를 통해 더 많은 소외계층에 제 마술공연을 펼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