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고의침해땐 '최대 3배' 징벌적 손배… 기술탈취 막는다
2019.03.17 16:48
수정 : 2019.03.17 16:48기사원문
특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특허 권리자를 보호하는 데 방점을 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특허침해 소송에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최대 3배 배상…징벌적 손해배상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특허 분쟁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특허출원 건수에 비해 분쟁사례가 많지 않다. 침해가 성립해도 배상액이 크지 않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배상액이 크지 않은 이유는 손해액 산정 방식에서 기인한다. 대법원 판례는 손해액의 범위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했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을 최대 한도로 산정돼 왔다. 하지만 이런 손해배상 원칙에 따라 산정된 금액은 특허 개발을 위해 투자한 총 비용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낮은 경우가 많았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장기간 소송을 통해 어렵게 침해 판단을 받더라도 최종적으로 인정될 손해배상액이 낮다는 점은 권리자의 적극적인 권리 확보 및 행사 유인을 줄이는 요소로 작용해 왔다. 이에 개정 특허법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최대 3배까지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허청 심사관 출신의 오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기존 특허침해죄 규정이 특허침해를 막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특허법 개정안은 특허 권리자에게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을 제공하고, 특허권 침해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 특허침해의 '고의'가 인정되고 부정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전했다.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부과
개정 특허법에서는 특허법 제126조의2를 신설,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원고(특허권자)가 침해행위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행위의 여러가지 형태나 범주)을 주장할 경우 이를 부인하는 피고(침해의심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존에는 제조방법이나 제조장비 등 침해의심자에 관한 구체적 정보와 자료를 외부에서 수집할 수 없었다. 각종 증거자료가 침해의심자 측에 편재돼 있다 보니 원고로서는 특허침해 입증이 매우 어려웠다.
법조계는 신설 조항이 시행되면 전 기술분야의 제조방법 특허를 포함해 반도체, 바이오, 철강 등 보안·관리가 철저해 외부에서 그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산업에서도 특허침해소송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행위 태양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원고가 주장하는 행위태양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오 변호사는 "지식재산 등 무형자산이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시점에서 개정 특허법 시행은 막대한 노력 및 투자의 산물인 특허권을 보다 폭넓게 보호하고,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 보호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