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산고 야구부 감독은 어떻게 ‘연봉 9600만원’이 됐나

      2019.03.23 08:04   수정 : 2019.03.23 08:04기사원문


최근 인천 동구 동산고등학교 야구부의 지도자들이 부임한 첫 해에 고액 연봉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이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학부모 B씨에 따르면, 현 감독 A씨의 연봉은 1억에 육박하며 코치진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게 말이 되냐. 학부모들 고혈을 짜서 지도자들 월급을 주고 있다”면서 “돈 없으면 야구도 못 시키는 게 요즘 고교 야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납부했던 회비 내역을 공개했다.

확인 결과, 지난 20일 동산고 측은 “야구부 감독 A씨의 올해 계약금액은 9600만원이 맞다”라며 “지난 3월 6일 학부모 회의를 거쳐 확정됐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급여는 보너스 200%·퇴직금·상여금 등을 포함한 최종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고교 야구부 감독의 연봉을 6000~8000만원 수준으로 볼 때 A감독의 급여는 업계 최고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서울의 한 유명 고교 야구부 감독은 근속년수 15년이 넘었지만, 감독은 연봉 8000만원 선이다.

이에 따라 감독과 코치진의 급여가 학부모들로부터 나오는 만큼,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이전 감독은 6000만원... 현 감독 A씨는 9600만원
지난해 말 동산고 야구부의 지도자 감독과 코치진 세 명은 갑작스럽게 교체됐다. 이후 감독 A씨를 비롯한 코치진 세 명이 새로이 부임했다. 이들은 올해 1월 동계 전지훈련부터 동산고의 고교 야구팀을 맡고 있다.

당초 A감독의 계약금(올해 1월~2월)은 이전 감독이 체결했던 연 6000만원에서 1000만원이 오른 7000만원이었다. 그러다 지난 3월 6일 학부모 회의를 거처 A감독의 연봉은 9600만원(월 660여만원)으로 결정됐다.

코치진 또한 급여가 올랐다. 야구부 코치진은 수석코치 1명을 비롯해 투수코치 1명, 타격코치 1명까지 총 3명이다. 이들의 올해 연봉은 5000만원 중반대다. 이 또한 지난해 4000만원 초반대에서 크게 인상됐다.

■ 학부모 회장 “감독 연봉 9600 어떻습니까?”
A감독이 부임한 첫해, 고액 연봉자가 된 것도 놀랍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지난 3월 6일 학부모단 회장과 부회장, 총무를 비롯한 집행부는 갑자기 긴급회의가 있다며 1~3학년 학부모들을 학교로 불러 모았다.

회장은 감독 연봉 인상 건을 의논한다며 회의를 주도했다. 이 자리에서 회장은 “감독 연봉 9600만원 어떻습니까?”라고 말하더니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곧이어 찬반 투표를 속행했다.

결국 찬성 38표에 반대 3표를 얻으면서 감독의 연봉 인상안이 관철됐다. B씨는 이날 회의에 대해 사전에 일체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불도저가 따로 없는 졸속 처리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당시 집행부에 ‘학부모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집행부는 투표를 통한 정식 절차를 거쳤으며 학부모들도 동의했다며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증거 확보를 위해 학부모 집행부 측으로부터 금번 회의록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학부모 ‘기본 회비‘ = 지도자 ’월급’
동산고 야구부 47명의 학부모단은 매월 ‘기본 회비‘를 낸다. 학부모단이 내는 기본 회비는 대부분 지도자 네 명의 급여로 들어간다.

지난해 8월까지 동산고의 학부모가 낸 기본회비는 매월 35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지도자들의 급여가 인상되면서 학부모단이 내는 기본회비도 덩달아 뛰었다.

올 3월 새 학기 들어서 집행부 총무가 보내온 기본 회비는 선수당 55만원, 전년도에 비해 20만원 올랐다. 집행부는 기본 회비를 보내오면서 인상된 금액에 대해 일체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 밖에 학부모들은 각종 식비, 대회 준비비, 전지훈련비, 야구 헬스 등 기타 부대비용은 별도로 내고 있으며 이를 기본회비와 합하면 선수당 매월 100만원을 넘게 지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약 한달 동안 대만 타이중으로 가는 동계 전지훈련 당시에는 선수당 460만원이 책정됐다. 이 또한 이전 지도자들과 선수당 350만원으로 합의됐지만, 새로운 지도자들이 오면서 집행부는 110만원이 올렸다고 통보해왔다.

■ 학부모들, ‘반대’ 못했던 속사정은...
이에 대해 학부모 B씨에게 ‘당시 학부모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B씨는 “감독이 보는 앞에서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말을 잘못 꺼냈다간 나와 내 아이는 매장 된다”라며 “아이를 볼모로 잡고 있는 마당에 한 마디도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집행부가 감독에게 잘 보이려고 연봉을 올려줬다"라며 "그런데 집행부 자녀들은 3학년들이라 6개월만 내고 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남아 있는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감독-코치진 그리고 집행부-학부모로 이어지는 야구부 내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에 대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는 "감독이나 코치진은 말할 것도 없으며, 학부모 집행부와 코치 사모님들은 학부모들 위에 존재한다. 어떤 엄마는 집행부에게 커피를 타다 주고 떡을 가져다준다. 나는 집행부만 봐도 ‘90도 조폭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는 돈 많은 사람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서 권력을 쥐고 흔드는 곳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이 학교 야구부를 졸업시킨 또 다른 학부모는 “회장은 학부모들이 선출하는 게 아닌 감독의 입김에 따라 좌우된다. 사실상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이라며 “학부모들은 하고 싶은 예기도 못하고 끌려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산고 야구부는 1945년 해방과 동시에 창단돼 우리나라 초기 고교 야구의 명문으로 꼽힌다. 창단 이후 70여년 동안 11회에 걸쳐 전국대회에서 우승했으며 청룡기 3연패, 대한야구협회 주관 5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그랜드슬램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한 프로야구 선수로는 류현진(LA 다저스), 송은범(한화 이글스), 정상호(LG 트윈스) 선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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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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