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좌석 등받이 젖혀도 될까? "권리" vs. "피해"

      2019.03.23 08:49   수정 : 2019.03.23 08:49기사원문
20대男 : 아저씨 의자 등받이를 그렇게 눕히시면 뒷사람이 불편하잖아요?

40대男 : 난 나에게 주어진 권리만큼만 의자를 눕힌 거다. 네가 상관할 바 아니다.

늦은 밤 수원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두 남성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버스 좌석 등받이를 두고 20여분가 말다툼이 지속되었다. 신체 위협적인 상황에까지 이르자 결국 두 남성은 경찰에 서로를 신고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좌석버스를 이용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버스 등받이로 불편을 경험해 본다. 비단 버스뿐만 아니라 기차 비행기 등 좌석 등받이를 젖힐 수 있는 의자가 있는 곳이라면 그렇다

『도로운송차량보안규칙 제22조 좌석』을 보면 앞좌석 등받침 후면과 뒷등받침 전면의 거리는 650미리미터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프리미엄·우등 버스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좌석당 65cm~71cm정도의 공간이 주어지게 된다. 이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등받이를 젖히는 것에 대해 앞사람은 '내 권리다', 뒷사람은 '내 공간이다'며 분쟁이 발생한다.

2015년에는 60대 남성이 비행기에서 의자를 뒤로 젖힌 앞자리 승객과 실랑이를 하던 중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는 그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 등받이 조절은 의자에 앉은 사람의 선택권이다

온라인커뮤니티를 살펴봐도 이 같은 의자 등받이 논쟁에 대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좌석 사이의 공간을 두고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의자를 젖혀도 된다는 측에선 운임을 지불한 좌석이고 등받이를 젖히는 것은 의자에 앉은 사람의 선택권이라고 말한다. 또한 의자가 구조적으로 젖힐 수 있게 되어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모씨는 얼마 전 고속버스를 타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날벼락 맞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처럼 버스 좌석에 앉은 뒤 등받이를 약간 젖혔다 그랬더니 즉각 뒷자리 여성이 발로 의자를 걷어차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녀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아 좁다. 답답하다'며 연신 불만을 토해냈다. 이모씨는 "생각치도 못한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있는 김모씨는 "좌석 자체가 뒤로 젖힐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운임을 지불한 만큼 자신의 좌석에서 최대한 편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불쾌하다고 해서 앞사람의 좌석 등받이 조절 권리를 뻬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 앞사람이 편해지는 만큼 불편함은 뒷사람 몫

반대하는 쪽에선 뒷사람 공간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직장인 임모씨는 "기본적으로 버스에선 좌석간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이런 상황에서 앞좌석의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면 짜증이 폭발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10분정도야 참고 갈수 있겠지만 한 시간 이상 불편을 감수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등받이 조절 권리가 있다면 뒷사람도 좌석내 공간을 최대한 누리 권리도 있다. 당연하다는 듯 뒤에 앉은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면 안된다" 주장했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권모씨는 "버스 좌석이 거의 90도에 가깝게 서있다보니 몸이 피곤할때면 뒤로 젖히고 싶다. 하지만 내가 편해지는 만큼 뒷사람이 불편해지니 쉽사리 젖히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등받이 공격(?)을 당하면 짜증이 나지만 버스에서 소란 피우기 싫어서 참고 간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 서로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결구 버스 좌석 사이의 공간은 각자의 권리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서로에게 불편의 주지 않는 선에서 권리는 행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대학생 김모씨는 "좌석을 편하게 가는 것이 자신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기분도 헤아려 조금씩 서로 양보한다면 더 훈훈한 사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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