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보다 큰 ‘디지털 격차’.. 5060 “하는 법을 몰라요”

      2019.04.06 07:59   수정 : 2019.04.06 07:59기사원문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아시아 디지털금융 분석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상당수 국가에서 연령대별, 소득 수준별 디지털금융 경험의 격차를 의미하는 '디지털 디바이드(격차)'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격차’란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계층은 지식·소득이 증가하는 반면, 디지털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발전하지 못해 양 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 디지털 기기의 활용 능력...‘세대 간’ 격차 발생
디지털 기기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재’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듯 새로운 용어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에 열중하며 걷는 사람들을 좀비에 빗댄 ‘스몸비족’,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뜻하는 ‘팝콘브레인’ 등이 그 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이어진 만큼 ‘디지털 기기’의 소유 정도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의 ‘유무선 정보기기 보유여부’ 조사 결과 50대 이하의 경우 100%, 60대 91.7%, 70대 이상 79.4% 수치를 보였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만큼 디지털 기기의 소유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장노년층의 디지털 기기 소유 증가는 이들 역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높은 접근도에 비해 활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연령별 디지털정보화역량 수준’에 따르면, 40대 이하의 경우 100%를 넘어섰지만 50대(70.1%), 60대(41.3%), 70대 이상(16.2%)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PC 및 모바일 기기 이용의 능력 수준은 낮았다.

■ 2030세대 “모든 걸 스마트 폰으로”... 오히려 ‘디지털 다이어트’ 돌입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인 20대에게 디지털 기기는 삶 그 자체이다. 그들 역시 스마트 폰을 떼놓고 일상을 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 폰의 활용도도 가지각색이었다. 이들은 청첩장, 쇼핑, 음식 배달, 커피 등 선물, 통신사 멤버십 할인, 영화 예매, e-book, 모바일 지도, 문서 편집, TV 시청 등을 스마트 폰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 이른바 ‘디지털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임모(29·여)씨는 “SNS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느낌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한 앱들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허전했으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었고 주변 상황과 사람들에게 더 신경 쓸 수 있었다”며 “특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고 후기를 전했다.

오모(28·남)씨 역시 “스마트 폰 이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앱들을 삭제했지만, 매일 밤 갈등에 휩싸인다”라며 “앱을 설치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아 매번 설치했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 5060세대 “통신사 할인?...누가 알려줘야 하지”
20대들과는 반대로 5060세대는 소위 ‘디지털 소외’현상을 겪고 있다.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모(54·여)씨는 “모바일로 공인인증서 다운을 받기가 어렵다”며 “그동안 딸이 해줘서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얼마 전에 유효기간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은행 직원 A씨(여)는 입출금 방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를 묻는 말에 “우리 지점의 경우 대부분 나이대가 많으신 분들이 찾아온다”며 “50대보다 60대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 지급결제보고서'의 '모바일뱅킹 이용률 현황'을 보면 50대(51.8%), 60대 이상(13.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5060세대는 각종 할인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장노년의 '생활서비스 이용률'은 47.4%로 일반국민 79.1%보다 31.7%p 낮았다.

한 카페를 찾은 B씨(50대·남)는 ‘통신사 할인을 이용해보았나’라는 질문에 “그게 뭐냐”며 되물었다.

영화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화관 직원 최모(24·여)씨는 통신사 할인 혜택 이용도를 묻는 말에 “50~60대분들의 이용률은 매우 적다”며 “심지어 통신사 할인 혜택을 받는 방법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김모(56·여)씨는 “통신사 할인을 어떻게 받는 거냐. 휴대폰 사는 데에서는 그런 거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뭘 알아야 쓰지”라고 답했다.


■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우려...“체계적 교육 필요해”
일각에서는 디지털 격차가 정보 격차에 이어 인식·감정·문화의 차이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대들은 사용 방법을 알려드려도 또 물어보시는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 솔직히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답답한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70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콘텐츠에서 박 할머니는 “나는 사람 있는 데서 먹고 너는 (무인기계)에서 먹으면 안 되냐?”며 “카드 없고 기계 못 만지는 사람은 햄버거 먹고 싶어도 못 먹겠네. 자존심 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격차해소팀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세대 간 디지털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철도 예약을 사례로 들며 “어르신들의 경우 인지·지각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다 보니 타인과 소통하는 면대면 접촉을 통해 지각 능력을 완화해간다”며 “그러나 최근 스마트 폰의 보급은 대면 접촉보다는 온라인을 이용한 예매 등의 서비스가 이뤄지면서 어르신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기르는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기본적인 골격은 아무래도 취약계층, 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큰 범위에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며 “현재 과학기술통신부가 중심이 돼 전국단위의 교육장에 1년 단위의 교육과정을 상시적으로 편성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격차 #세대간 #5060
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