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해체 유보, 세종보에 그쳐선 안 된다

      2019.06.10 17:11   수정 : 2019.06.10 17:11기사원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드라이브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세종보 해체와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시간을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반대에도 총대를 멨던 환경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는 보 해체로 인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면 이를 밀어붙여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본다.

여권 내에서 세종보 해체에 신중론이 제기된 지 오래다.
민주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세종보 해체 여부는 2, 3년 중장기 모니터링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해체 방침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는 보 개방과 해체에 반발하는 지역주민의 여론을 감안한 입장 표명이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이 대표도 세종시의 입장을 전달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보 해체 유보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여권의 입장 선회는 늦은 감은 있으나 올바른 선택이다. 무엇보다 보를 개방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해서다. 환경부 자체 조사로도 세종보 하류 금강의 녹조량이 수문만 개방했는데도 외려 5배 이상 늘었다지 않나. 수문 개방 후 강물이 졸아들자 세종시는 자갈을 철제 망태에 담아 돈을 들여 간이 보를 만들었다. 세종호수공원에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해서였다. 이런 블랙코미디가 따로 있겠나 싶을 정도다.

환경부는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의 5개보 가운데 금강의 세종·공주보(일부)와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승천보는 상시 개방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보 해체 유보가 세종보에 국한돼서 안 될 까닭은 차고 넘친다. 영산강도 해체하려는 죽산보를 개방한 후 이미 수질이 더 악화됐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강의 재자연화'라는 도그마를 따라야 한다면 소양강댐 등 전국 모든 댐과 보를 철거해야 할 판이다. 토사와 오염물질이 퇴적돼 가뭄 때에는 강바닥이 드러나는 수준으로 되돌아가 보존(保存)하는 것을 자연성 회복으로 강변할 순 없다.
오염된 곳을 정비하면서 홍수와 가뭄에도 대비하는 등 강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보전(保全) 개념으로 접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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