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확인 설문에 '피임여부' 물은 대학교…인권위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확인 과정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하도록 강제한 것이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A대학교에 인권교육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는 A대학이 본인의 성적을 확인하기 전에 사적인 질문을 포함한 설문조사에 강제 답변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설문조사에는 △연애 경험 유무 △연애 상대의 성별(동성인지 이성인지 여부) △첫 성관계 시기 및 성관계에 관한 생각 △피임여부 △진로 계획 및 경제적 사정 △가족과의 관계 △왕따 경험 등의 질문이 포함돼 있었다.

학교 측은 설문조사 시작 후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 질문에만 '미응답' 항목을 추가했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의 실태조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했을 뿐, 개인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며 "응답결과도 제한된 인원만이 접근할 수 있고 파일을 암호화해 관리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다른 학교들에서도 유사하게 실시한 적이 있는 조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온라인 성적 확인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성적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시스템 상 설문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성적 확인 과정의 필수절차로써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강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대학 총장에게 피진정인 및 연구소 직원들에 대해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학생생활상담연구소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e-mail]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