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한국에 있다’는 日
2019.08.16 14:49
수정 : 2019.08.16 19:23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대일 메시지 수위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공은 여전히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세르비아를 방문 중인 고노 다로 외무상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에 대해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할 리더십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요미우리 신문에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과거)한 때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히 모더레이트(moderate·완화된)형태다"라고 말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비롯해 한·일과 한·미·일의 방위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연대할 사안에 대해서는 확실히 연대하겠다"고 했다. 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연장해서 계속해서 정보교환이 가능한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이에 맞서는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이후, 일단 양국 모두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다음 행보를 놓고선 상당한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들고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의 입장은 일관되게,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이라며 “공은 한국 측 코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이 소멸됐기 때문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로 한국이 국제법 즉 1965년 협정을 위반했다는 논리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일본 정부가 한국에 징용공 문제에 대한 시정 조치를 계속 요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 12월 중국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으나, 사태 타개가 쉽지 않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외무성 간부는 "한 번의 연설로 바뀌는 것은 없다"며 연설을 뒷받침하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이제 냉정한 대응을' 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우선, 징용공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게 한·일 관계 복구의 출발점"이라며 "한·일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양국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