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시대에… 과도한 야근 시달리는 공무원

      2019.11.17 11:30   수정 : 2019.11.17 17:49기사원문
#1. 경기지역 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는 7급공무원 김모씨에게 '52시간 근무제'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그는 일이 몰리면 자정까지 야근하기 일쑤다. 최근 김씨의 한 주간 근무시간은 70시간 남짓이다.

김씨는 "세무사 합격 이후 편안한 삶을 위해 공무원이 됐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매일 야근에 몸이 망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최근 서울 구로구 한 주민센터의 대부분 직원들이 수당을 부정수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최근 2년치 출장비를 최대치인 매달 26만원씩 수령했다. 이들은 야근이나 조근 등 초과근무 때 주는 식비도 모두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52시간 근무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공무원 사회에서는 시간외근무와 관련, 직렬과 직급에 따라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과도한 야근에 고통을 호소하는 반면 일부는 초과수당을 부정수급해 적발되고 있다.

■"사명감에 당연한 야근"

17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의''2018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별 시간외근무수당 지급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8개 중앙부처와 245개 지자체의 5급 이하 공무원들이 야근수당 등 시간외근무수당으로 1조4574억원을 받았다. 공무원 한명으로 산정하면 한달에 19시간 정도 시간외근무를 한다. 52시간 근무제(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에 비해 7시간 많은 수치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 아니다.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하며, 토요일은 휴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해져 있다. 또 공무원수당 규정에는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되는 근무명령시간은 1일에 4시간, 1개월에 57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화두인 '저녁 있는 삶'은커녕 일부 공무원들은 매일 야근하기 일쑤다.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5급 공무원 김모씨는 "하루에 12시간 근무는 기본이며 국정감사 때는 국회 인근에 숙소를 잡고 합숙까지 한다"며 "'사명감'이라는 미명 아래 야근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연간 근무시간이 경찰 등 상시·주말근무를 하는 현업직은 2738시간, 비현업직은 2271시간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수준을 기록하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해 만성적으로 초과근무가 수시로 발생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전문가 합동으로 컨설팅을 통해 개선안을 제시하는 등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초과근무시간을 현재 대비 약 4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늘어나는 수당 부당수령

일부 공무원들의 부정수급 사례도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입수한 '최근 5년(2014~2018년)간 부처별·연도별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인원(환수·징계·행정착오 포함)'에 따르면 전체 중앙부처 44곳 중 28곳(64%)에서 907명이 부정수급으로 적발됐다.

드러난 부당수령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2017년 야근수당신청 기록과 정부청사관리소에서 제출받은 건물입구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외부에서 들어온 지 한 시간 안에 수당기록만 찍고 나간 사례가 총 484명, 5742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12월까지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제도개선방안' 연구용역을 거쳐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각 부처에 적합한 유연근무제와 초과근무수당 지급대상·방법, 단가 산정, 한도 설정 등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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