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안보실장 "日, 계속 그렇게만 해봐라" 강력 경고(종합)

      2019.11.24 19:11   수정 : 2019.11.24 19:28기사원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News1 오장환 기자


(부산=뉴스1) 진성훈 기자,조소영 기자,최은지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와 관련한 일본 정부측의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언론브리핑을 갖고 "최근 한일 양국간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측의 몇가지 행동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의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한일 정부가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던 시간인 지난 22일 오후 6시 발표 전에 일본 언론을 통해 발표 내용이 사전 보도된 점을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의도적인 누출이 아닌가 본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발표에 있어서도 일본 정부가 오후 6시 정각 발표 약속을 어기고 청와대보다 7~8분 가량 늦게 발표한 점을 지적하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를 보면 한일간 각각 발표하기로 한 일측의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이것은 한일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만일 이런 내용으로 일측이 우리와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앞으로도 개별심사를 통한 허가실시 방침에는 변경이 없다'고 경산성에서 발표했는데, 이것도 한일간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측이 먼저 3개 품목 수출규제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중지하겠다고 통보해서 협의가 시작됐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 8월 23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통보하자 일본 측이 그제서야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해 그때부터 외교채널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일부 일본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면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 일본 외교의 승리다, 퍼펙트게임이었다'는 주장은 사자성어로 '견강부회' 즉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저희가 볼 때는 오히려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 일본이 우리측에 접근해오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큰 틀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일본은 그동안 주장해온 원칙을 견지하지 못했다"며 "첫째 강제징용 해결 없이 진전 없다는 원칙, 아무런 대화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이 깨졌고 둘째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가 별개라고 주장한 일본의 원칙도 이번에 사실상 깨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협상을 하는데 있어서 '신의·성실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다"며 "정부는 22일 발표 이후 이러한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에 대해 일본측은 우리가 지적한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마지막으로 한일간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앞으로도 한일간 어렵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 조기에 합의할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하겠다"며 "한편 일본 정부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각별한 협조를 해줄 것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지소미아 종료 통보 및 WTO 제소절차 정지는 모두 조건부였고 잠정적이다. 앞으로의 협상은 모든 것이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실장은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며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 즉 어느 한 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한다면 내가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제가 일본에 그런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해서 한국이 양보를 한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분명히 말하는데 주한미군 문제는 전혀 거론 안됐다.
한미간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가 없다"며 "한미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한일간 지소미아가 70여년 넘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한 말인지 되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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