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최고 핫키워드는 '리브라-특금법'
2019.12.19 16:34
수정 : 2019.12.19 17: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는 연말을 맞아 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9인에게 올해의 주요 이슈를 물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슈를 10대 뉴스로 선정했다. 많은 표를 받지는 못했지만 주목할만한 이슈로 선정할만한 이슈도 함께 정리한다.
블록포스트의 10대 뉴스 선정에 도움을 준 전문가는 (가나다 순)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 박재현 람다256 대표,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이원홍 블루오션 대표,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차명훈 코인원 대표, 최재원 빗썸코리아 대표,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등 9명이다. <편집자 주>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권단, 김종협, 어준선, 임동민, 차명훈, 최재원, 한대훈)
올해 블록체인 업계를 달궜던 가장 뜨거운 이슈로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표를 던졌다. 9명의 전문가 중에 7명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발표를 올해 주요 뉴스로 꼽았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 리브라는 허가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초국가적 스테이블 코인 체계에 대한 거대담론을 제시했다”며 “만약 리브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면 스테이블 코인 활용에 대한 국제 정책 및 규제 환경이 표준화되고 다양한 후속 서비스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 계획 발표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간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이 가시화 되고, G7은 국제결제은행(BIS)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워킹그룹을 운영했다”며 “G7 워킹그룹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각국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 제도 논의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권단, 김종협, 박재현, 어준선, 차명훈, 최재원)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은 이슈는 특금법 개정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정부가 최초로 제정하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률안으로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특금법 개정안에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요건을 갖춘 거래소에 대해선 오히려 실명계좌 발급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명확한 규제 안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시행령 세부사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평했다.
김 대표의 우려 처럼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금법 개정안이 정의하고 있는 가상자산이 FATF 권고에 따른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부과를 넘어 법률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한별 권단 변호사는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추가 논의를 비롯해 금융위원회·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금법 세부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와 적용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권단, 김종협, 박재현, 이원홍, 차명훈, 최재원)
올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탈중앙화금융, 이른바 ‘디파이(DeFi)’를 절반이 넘는 전문가들이 주요뉴스로 선정했다. 메이커다오와 트리니토 등의 해외 유력 암호화폐 대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빌리빗과 같은 암호화폐 대출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암호화폐 보관 서비스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으며, 암호화폐를 맡기고 이자를 받는 형태의 스테이킹 서비스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며 “세계 유수의 은행들이 참여한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글로벌 정산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증권형 토큰 라이선스를 받은 블루오션(전 블루웨일) 이원홍 대표는 “금융강국인 싱가포르는 기존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자산을 증권형 토큰으로 일원화해서 관리 운영하려고 한다”며 “블록체인을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핵심 기술로 사용하려는 의지도 강력하다”고 전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자금세탁 방지 규제(권단, 박재현, 최재원)
특금법 개정안과 함께 우리 정부가 특금법 개정안을 추진할 명분을 만들어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 규제도 주요 전문가들이 뽑은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최재원 빗썸코리아 대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화폐 자금세탁방지(AML) 권고안을 시작으로 각국의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한국도 권고안 덕분에 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규제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와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가상통화 회계 기준 발표 등 글로벌 규제 지침이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권 편입이 진행 중”이라며 “건전한 생태계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블록체인 육성 방안 발표(김종협, 어준선, 차명훈)
지난 10월, 비트코인 가격을 출렁이게 만들었던 중국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육성방안 발표에 3명의 전문가들이 표를 던졌다. 당시 시 주석은 “중국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훌륭한 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산업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은 연일 블록체인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며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암호자산에 부정적 기조를 유지하던 중국이 블록체인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고 전략을 수정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시진핑 중국주석은 지난 10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모임에서 블록체인을 통한 기술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의 한마디에 같은날 비트코인 가격은 15% 넘게 오르기도 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시 주석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은 물론 트론, 퀀텀 등 중국 기반 블록체인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며 “중국이 블록체인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2020년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차명훈, 최재원, 한대훈)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를 주요 이슈로 꼽은 전문가도 많았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발언과 함께 중국인민은행이 CBDC를 발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급속히 확산됐다. 내년 초에 중국 선전 등지에서 시범 유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역시 내년 중에 CBDC 발행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CBDC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다만 아직 발행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며,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CBDC에 대해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부터 CBDC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며 “차세대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탈중앙 신원인증(DID)(김종협, 어준선, 임동민)
올 하반기 블록체인 업계를 뜨겁게 달군 탈중앙 신원인증(DID)도 주요뉴스로 선정됐다. 이미 해외에서는 요티와 같은 사업자들이 DID 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을 필두로 한 이니셜 DID 연합, 아이콘루프가 주도하는 마이아이디얼라이언스, 금융결제원, 라온시큐어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DID 얼라이언스, 코인플러그가 꾸려가는 DID 파트너 네트워크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주권 확보를 목표로 국내외 DID 프로젝트가 출범하고 있다”며 “DID 서비스의 시작은 탈중앙화된 개인정보 및 데이터 경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권단, 차명훈, 한대훈)
올해는 국대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로 불리는 빗썸과 업비트가 모두 보유한 암호화폐를 도난당하는 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빗썸은 지난해 약 35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외부 공격에 의해 탈취당한데 이어 올 3월말에는 약 200억원 가량의 암호화폐를 도난 당했다. 업비트에서는 지난 11월 580억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이상 출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올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의 해킹 사고 이슈가 있었고 특히 국내의 경우, 특금법 개정안 입법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해당 이슈로 인한 제도권 진입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다”며 “100% 완벽한 보안은 세상에 없지만 코인원은 보안에 관해서라면 1%의 허점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추후 이를 더욱 강화하고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트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권단, 어준선, 최재원)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그룹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자회사 백트(Bakkt)가 출시한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도 전문가들이 꼽은 주요 뉴스로 선정됐다. 뉴욕주 금융감독청(NYDFS)의 승인을 받아 출시된 비트코인 선물거래 서비스를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대폭 높아졌다.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서비스 출시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암호화폐 기반 파생상품 출시도 잇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미국 SEC는 백트의 비트코인 ETF에 대해 비트코인 시세 조작 우려 이슈 등을 내세워 승인을 거절해 아쉬움이 남는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백트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 보다 기관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게 특징적”이라며 “안전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인프라로 기관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게 규제를 지키고, 실물인수도 방식의 선물거래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재원 빗썸코리아 대표는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출시 후 3개월 동안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1억2400만 달러를 기록했다”며 “비트코인의 전체 암호화폐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기며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업 블록체인 비즈니스 참여 증대(김종협, 어준선, 최재원)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하며 블록체인 산업을 선도하고 있고 IBM,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블록체인 분야에서 의미있는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자회사인 라인과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사들도 DID 서비스나 지역화폐 분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아마존, 월마크, 머스크, 스타벅스 등 굴지의 해외 기업들과 국내 30대 대기업 대부분이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는 올초 출시한 갤럭시S10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했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면서 그 신뢰성과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 풀이했다.
그는 대기업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러시가 내년에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스마트폰 디바이스 업체와 중국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빠르게 블록체인 산업을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대 뉴스는 아니지만 주목할만한 주요 이슈는 무엇?
10대 뉴스에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전문가들이 꼽은 주요 이슈 가운데 주목할만한 이슈도 함께 소개한다.
먼저 국내 주요 거래소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 증가와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기준 공개를 꼽아서 눈길을 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이유로 가치 저장수단으로 고려되지 않았던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이전보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재원 빗썸코리아 대표는 “국내 대형거래소 위주로 암호화폐 공시제를 도입한 것이 주목된다”며 “투명성과 공정을 강화하기 위해 제3의 독립된 전문업체가 등장했고, 최근까지도 해당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상장심사 등을 강화하는 등 거래소들의 투명성 확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람다256 박재현 대표와 아이콘루프 김종협 대표는 나란히 블록체인 기반 킬러 서비스 등장을 주요 뉴스로 꼽았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디앱) 시장이 초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시장과 비슷한 추이의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협 대표도 “업계에서 고대하던 킬러 디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만한 DID와 같은 서비스의 윤곽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정부와 함께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와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규제샌드박스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선정을 주요 뉴스로 선정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부산은 정부차원에서 최초로 선정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김종협 아이콘루프 대표는 “기존엔 블록체인 관련 법규 등이 정식으로 제도화된 사례가 거의 없었으나, 2019년으로 접어들며 규제 샌드박스 등 정부의 규제 유예제도를 통해 블록체인 영역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봤다.
끝으로 김종협 대표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로 50억 달러 벌금을 받았다는 점을 주요 이슈로 꼽아 눈길을 끈다.
김종협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페이스북의 관리 소홀이 있었다는 책임을 물은 것으로 중앙화된 서비스는 기술적, 사회공학적으로 지속적인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김미희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