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일 위안부 합의' 각하 결정..“구두합의는 심판대상 아냐”
2019.12.27 15:20
수정 : 2019.12.27 15: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심판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본안 판단 이전에 소송 당사자가 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을 때 내리는 처분이다.
헌재는 27일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29명과 유족 12명이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 형식으로 체결되는 것과 달리 당시 합의는 구두 형식의 합의이고, 표제로 대한민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라는 용어를 사용,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으며, 구두 발표의 표현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표문의 표현조차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했다”며 “당시 합의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의 동의 등 헌법상의 조약체결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고 각하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합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고, 합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다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당시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당시 합의를 대상으로 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1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 노력을 하지 않는 것(부작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외교부는 당시 헌재 결정 이후 일본 정부와 위안부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4년만인 2015년 12월 28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며 위안부 협약을 타결했다. 이 협약에 대해 헌재가 위헌 여부를 다시 판단한 것이다.
당시 정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합의 조건으로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시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며 불공정한 합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듬해 3월 "정부가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합의해 이들의 재산권과 알 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위안부 합의가 법적 효력을 지니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며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헌재는 이번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판단해 3년 9개월간 심리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선고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헌재는 당사자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됐는지만 고려했을 뿐 외교적 문제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날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노골적인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해온 일본이 또 다시 반발하며 심각한 외교적 마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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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