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남긴 의미 있는 성과
2020.01.10 07:59
수정 : 2020.01.10 07: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지난 9일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16회에서 육동식(윤시윤 분)은 육탄전 끝에 진범 서인우(박성훈 분)를 제압, 누명을 벗고 그의 범행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동식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릴러 작가로 데뷔했고, 심보경(정인선 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수사 촉을 발판 삼아 프로파일러로 거듭났다.
이때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있던 인우는 긴 잠에서 깨어나 복수를 위해 동식을 찾았다. 하지만 동식과 보경은 인우가 찾아올 것임을 예상하고 그를 완벽히 제압했다. 이에 교도소에 수감돼 최약체 피식자로 전락한 인우의 모습이 통쾌함을 선사했다. 더욱이 말미, 자기가 바라왔던 모습대로 살아가며 환상의 수사 파트너로 거듭난 동식과 보경의 모습이 담겨 행복하고 멋진 앞날을 응원케 만들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가 전개로 보는 이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에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남긴 의미 있는 성과를 정리해 본다.
■ 윤시윤-정인선-박성훈, ‘물오른 연기력X넘사벽 캐릭터 소화력’ 재조명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윤시윤-정인선-박성훈은 물오른 연기력과 넘사벽 캐릭터 소화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육동식’ 역을 맡은 윤시윤은 마음 여리고 소심한 세젤호구로 시작해 정체 착각 시기를 거쳐 용감한 육동식으로 재 탄생하기까지 극과 극 온도차를 오가는 열연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나노 단위 표정 변화는 짐캐리 뺨치는 ‘윤캐리’라는 수식어를 자아내며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그런가 하면 정인선은 소탈하고 싹싹한 동네 경찰에서 남다른 수사 촉을 번뜩이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프로파일러로 변화해가는 ‘심보경’ 역에 완벽히 빠져든 입체적인 연기로 관심을 높였다. 더욱이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낸 그의 동그란 눈망울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단히 옭아매기에 충분했다.
‘서인우’ 역을 맡은 박성훈 또한 절정의 연기력을 자랑했다. 한없이 젠틀한 미소를 짓다, 순간적으로 서늘한 아우라를 내뿜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무엇보다 눈빛과 표정은 물론, 핏줄 하나까지 광기와 분노를 녹여낸 연기에 시청자들은 소름을 호소했을 정도.
이처럼 윤시윤-정인선-박성훈은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흡인력 높은 메소드 열연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연기력을 입증, 보는 이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했다.
■ 이한위-허성태-최대철-김기두-이민지-김명수-최성원 등 신스틸러 군단의 맛깔스런 활약
윤시윤-정인선-박성훈뿐만 아니라 역대급 신스틸러 군단의 맛깔스런 활약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동식의 윗집 조폭 ‘장칠성’으로 분한 허성태는 내재되어 있던 코믹 본능을 터뜨리며 악역 전문배우에서 ‘코믹 본좌’로 재 탄생했다.
소심한 쭈그리 면모로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윤시윤과의 환상적인 티키타카와 능청스럽고 순박한 코믹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로 하여금 ‘장칠성’을 연호케 했다. 이와 함께 김명수는 보경의 아버지 ‘심석구’ 역을 맡아 카리스마를 지닌 전설적인 형사와 아이 같은 지능을 가진 아버지를 오가는 열연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말이 아닌 섬세한 표정과 제스처 연기로 감정을 쏟아내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보경의 부사수 ‘허택수’ 역을 맡은 최성원은 능글맞고 호들갑스러운 연기와 표현력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동식의 회사 대한증권의 팀원들인 최대철(공찬석 역)-김기두(박재호 역)-이민지(오미주 역)-조시내(한정아 역)-최태환(신석현 역)은 개성 뚜렷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유쾌한 웃음을 전파했다.
뿐만 아니라 이한위(육종철 역)를 필두로 한 동식의 가족들을 비롯해 이해영(류재준 역)-박정학(서충현 역)-유비(서지훈 역)-황선희(조유진 역)-한수현(박무석 역) 등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 든 찰진 연기력으로 극을 꽉 채우며 엄지를 치켜세우게 만들었다.
■ 참신한 설정X코믹-서스펜스 오간 절묘한 완급조절, 신 장르 개척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세상 제일의 호구가 희대의 연쇄살인마라는 착각에 빠진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정체 착각에 빠진 세젤호구 동식의 변화와, 이로 인해 바뀌어가는 일련의 상황들을 담아내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동식을 자신과 같은 포식자로 오인해 호감으로 다가서는 인우의 모습, 스릴러 영화 속 인물에 빙의해 ‘착각 살인마’ 행보를 펼치는 동식의 모습 등 코믹과 서스펜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장면들을 삽입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처럼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전대미문의 착각극 ‘호구 반전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tvN 드라마의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보여줬다.
■ ‘만년 을’ 세젤호구의 반전 활약, 짜릿한 ‘카타르시스’ 선사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만년 을’ 동식의 반전 활약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전파했다. 동식은 상사의 갑질에 시달리고, 약삭빠른 동기에게 치이면서도 움츠러들기 일쑤인 ‘을 중의 을’이었다.
이에 그의 순탄치 못한 회사 생활이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내 동식은 ‘생각의 차이가 삶을 바꾼다’는 말처럼 자신이 포식자라는 착각에 빠진 뒤 달라졌다. 구박하던 상사에게 반격하는가 하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타진하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말미, 기억을 되찾고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대로 인생을 개척하기 시작한 동식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리만족감을 불러일으켰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