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주식 사면 돈 번다"… 중국發 익명 채팅앱 주식 사기 기승
2020.02.12 17:47
수정 : 2020.02.12 17:47기사원문
■중국발 '홍콩주식 사기' 성행
1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일명 '홍콩 주식 사기'라 불리는 신종 사기범죄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홍콩 주식 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우선 사기범들은 피해자와의 장시간 채팅을 통해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한다. 외국어 공부를 위해, 혹은 데이트 상대를 만나기 위해 채팅 앱을 찾은 이들이 주 타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전혀 관계 없는 여성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번역기를 이용해 어눌한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동안 대화를 이어가며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은 이들은 "얼마 전 주식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었다"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유망한 홍콩 주식 상품이 있으니 투자해 보라고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채팅 앱 위챗을 통해 중국인 여성과 채팅을 시작하게 된 A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이야기를 시작했고, 자기 사진과 고급시계 사진 등을 보여주며 돈 자랑을 늘어놓았다"며 "그리고는 홍콩 주식 몇개를 알려주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적발·처벌 쉽지 않아, 예방이 최선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권한 주식은 투자 가치가 없는 상품들이다. 흔히 말하는 '주식 작전'의 일환으로 매수주문을 일시적으로 높여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소액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매도 주문이 없어 빠져나가지 못하는 자신들의 주식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에서 채팅앱을 이용한 주식 사기 범죄가 성행했는데 지난해 말부터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범위를 넓힌 것으로 보인다"며 "허술하다 못해 허접하기까지 하지만 속는 이들이 있으니 범죄가 이어지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이같은 범죄로 피해를 볼 경우 사기범을 특정·검거하기 어려워 피해액을 보상받기 쉽지 않다. 해외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도용한 신상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 접촉하든 신원을 알지 못하는 이와의 금융 거래는 절대 금물"이라며 "금융상품이나 사이트 등을 소개한다며 보내는 링크 등도 해킹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클릭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