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집도의' 징역형 이끈 히포크라테스 '권대희 사건' 맡는다
2020.02.22 14:00
수정 : 2020.02.22 15:19기사원문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대표변호사 박호균)가 19일 서울고등법원에 권대희씨 유족 측 대리인 선임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히포크라테스는 재정신청과 기소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형사공판에서 유족 측을 대리한다. 선임서엔 박호균, 이정민, 이종현 변호사가 이름을 올렸다.
■'신해철 집도의' 징역형 이끌어
박호균 변호사는 2014년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씨 사망사건에서 유족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서 집도의에게 징역형 1년 실형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는 물론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의료사고 사건에서 의사가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법조계에선 의료사고로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유죄가 인정된 사례 중 채 5%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난다는 얘기다. 신해철씨 사망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징역형을 끌어낸 게 대단한 성과로 불리는 이유다.
스물다섯 취업준비생이던 권대희씨는 지난 2016년 남몰래 찾은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권씨는 49일 간 연명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이었다. 수술 중 발생한 과다출혈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수술실 CCTV엔 권씨를 수술한 원장이 다른 수술방에서 동시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등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본지 2019년 5월 11일. ‘아들이 죽고 3년, 어미는 아직 싸운다 [김성호의 매직스피커]’ 참조>
하지만 담당 수사검사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소속 성재호 검사는 핵심쟁점으로 여겨진 의료법 위반 혐의를 불기소하고 처벌이 약한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란 결론을 내놓은 전문기관들의 감정을 배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성 검사는 문제 병원이 권씨 사망 이후에도 ‘14년 무사고’ 광고를 지속해 고발당한 사건도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음’을 이유로 각하 처분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성 검사와 병원 측 대리인은 서울대학교 의학과와 사법연수원을 함께 나온 동기동창으로 알려졌다.
■의료사고 상징 '권대희 사건' 새 국면 맞나
현재 권대희씨 의료사고 사망사건은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달 첫 공판이 열렸으며 내달 24일 두 번째 기일을 앞두고 있다. 집도의인 장모씨 등 의료진 3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의료법은 의료진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범죄를 범할 경우에도 면허를 정지하거나 박탈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의사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의 경우 행위자가 속한 병원의 영업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해 의료사고 소송의 핵심쟁점은 ‘무면허 의료행위’ 등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의료인의 중대한 과실로 환자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경우 실효성 있는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로 관련 법안들은 한 차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권씨 유족 측 대리를 맡은 박호균 변호사(46·사법연수원 35기)는 “고인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의료현장에 CCTV를 어디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료인의 면허규제와 관련한 의료법 내용 및 면허관리의 적정성 여부, 의료인의 윤리적인 수준과 영리적 수술의 문제점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거리를 제시했다”며 “유족분들과 함께 제도 개선에도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 등의 사례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해당 기자의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