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권대희 사건' 불기소 들여다본다... 성재호 검사 녹취록 증거 제출

      2020.02.22 17:00   수정 : 2020.02.22 1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제기된 ‘권대희씨 의료사고 사망사건’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가 법원에 주어졌다. 권씨 유족 측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처분이 적절했는지를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검찰은 불기소한 혐의를 강제로 기소해야 한다.



검찰이 닦지 않은 유족의 눈물을 법원이 닦아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6일 권씨 유족이 접수한 항고를 기각했다.
사건을 검토한 결과 수사검사가 의료진의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을 불기소한 것이 부당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사실상 검찰이 수사검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꼴이다. <본지 2월 15일. ‘[단독] 검찰, '권대희 사건' 항고 기각... "약자 눈물 닦는 검찰은 어디에"’ 참조>


■법원에 재정신청 접수... 공은 법원으로
22일 법원에 따르면 권씨 유족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대표변호사 박호균)가 19일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강지성·현 부장 이창수) 소속 성재호 검사의 처분이 부당해 그 당부를 가려달라는 취지다.

재정신청서엔 △검찰 불기소처분 논리에 반하는 다수 전문가 감정 △역시 검찰 논리에 반하는 대법원 판례 △경찰이 당초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사실 △특히 성재호 검사도 수사초기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에 기소의견을 가졌으나 태도가 돌변했다는 점 등이 이유로 담겼다.

권씨 수술 직후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혈했는데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느냐가 사건의 쟁점이다. 유족 측 대리인은 재정신청서에서 다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사건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누리메디컬컨설팅·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보건복지부 등의 감정회신을 들어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강조한다. <본지 2월 1일. ‘[단독] '무면허 의료행위' 확답에도 검찰은 불기소... "뭐하는 조직인가"’ 등 다수 보도 참조>


■"성재호 검사 녹취 있다" 법원에 새 증거 제출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성형외과의 ‘공장식 수술 시스템’이 문제의 본질임에도 검찰이 이를 처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부각됐다. 불기소처분이 공장식 수술 시스템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결론이다.

눈길을 끄는 건 성재호 검사가 수사 초기 무면허 의료행위에 기소의견을 보였다는 점이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씨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직후인 2018년 12월 성 검사와 나눈 대화 녹취록이 근거로, 유족 측은 녹취를 공증해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에 항고했을 당시엔 제출되지 않은 증거로, 성 검사의 급작스런 태도변화에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 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빠르게 구제할 필요가 있는 사망사건, 더욱이 유족이 직접 수술실 CCTV를 확보해 이를 분석하는 등 충분한 증거까지 있는 사건을 검찰이 허술하게 수사했다는 비판과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 대리를 맡은 히포크라테스는 “실질적으로 고인의 사망에 무면허의료행위라는 의료법에서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가 개입되었는데,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불기소처분했다”며 “법원에서 실질적 사실관계를 잘 검토하고 의료법 규정에 따라 공정한 판단, 의료법위반죄에 관한 공소제기 결정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공장식 수술 시스템'에 면죄부 준 검찰
검찰이 사실상 면죄부를 준 성형외과 등의 공장식 수술 시스템 아래선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경찰 광역수사대에 신고 된 강남·서초 일대 성형외과 의료사고가 여럿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다수가 사망사건으로, 검찰이 이러한 시스템 아래 발생한 사고를 보다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한편 스물다섯 취업준비생이던 권대희씨는 지난 2016년 남몰래 찾은 서울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권씨는 49일 간 연명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이었다. 수술 중 발생한 과다출혈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수술실 CCTV엔 권씨를 수술한 원장이 다른 수술방에서 동시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등 의료진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해당 병원은 권씨가 보고 찾은 것으로 알려진 ‘14년 무사고’ 광고를 사고 이후에도 홈페이지 등에 버젓이 내걸었다가 한 차례 처벌을 받았다. 1년 뒤 병원이 이를 재차 내걸어 다시 고발됐으나 성재호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본지 2월 8일. ‘[단독] 수술 환자 사망에도 '무사고' 광고 처벌 無... 짙어지는 검찰 '봐주기' 의혹’ 등 다수 보도 참조>

병원은 오늘도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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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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