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대상' 숨겼다가 전염.."과실치사상·업무방해죄 가능"
2020.02.26 15:09
수정 : 2020.02.26 15:09기사원문
■"인식 있는 과실로 처벌 가능"
현행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경우 3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자가격리자가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접촉한 다른 이들을 감염시켰을 때 과실치사상이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
의사 출신인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일반 집단에서 자신이 코로나19 환자임에도 고의적으로 타인과 접촉해 감염병을 전파시키거나 사망케 한 경우에는 상해죄 혹은 상해치사죄를 물을 수 있다"며 "(자가격리자 등) 자신이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면서도 부주의하게 감염병을 옮겼을 때도 과실치사상 혐의를, 직장에서라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던 남성이 여성과 성관계를 하다 전염시킨 사안에 대해 상해죄가 성립된다며 인정한 바 있다.
전염에 대한 고의성 없이 막연히 '설마 감염되겠어?'라는 생각을 가졌더라도 이는 '인식 있는 과실'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인식 있는 과실이란 결과의 발생을 예견했으나 그 결과가 자기의 경우 발생하지 않으리란 확신으로 일어난 과실이다.
자가격리 상태에서 평소처럼 출근하다 직장 폐쇄조치라는 결과를 불러왔다면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 출신인 박성배 변호사는 "자가격리 조치를 숨기고 그대로 직장에 출근해 확진자 판정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신천지 신도 비협조시 처벌가능?
앞서 어머니에게 간을 인식해준 딸이 수술이 끝난 뒤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나서야 자신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검사 결과 해당 신도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들의 격리 및 병동 임시폐쇄 등 조치가 이어졌다.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들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역학조사를 기피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와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신천지 신도임을 숨겼다가 뒤늦게 코로나19를 전파시킨 사실이 밝혀졌다는 이유로 형사상 책임을 묻기란 불가능하다.
고민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신천지 신도라고 모두 코로나19 감염자라고 볼 순 없으므로 종교를 속인 점만으로 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소속 기관에서 '신천지 신도임을 밝히라'고 사전에 고지했는데, 불응했더라도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으나 형사상 처벌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처벌하는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인 자기부죄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신천지를 통한 대규모 발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감염병 의심자를 강제로 검사하거나 입원하도록 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시 처벌할 수 있게 한 '코로나3법(감염병예방법 개정안·검역법 개정안·의료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