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니면 누가 합니까" 대구 살리는 코로나 전사들

      2020.03.03 17:31   수정 : 2020.03.03 17:31기사원문
【 대구=김장욱 기자】 3일 오전에 찾은 대구·경북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하 병원) 주변은 평소와 달리 너무나 조용했다. 국내 3대 전통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과 마주하고 있어 평소 주변 도로는 병원과 시장을 찾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날은 확진자를 옮기는 구급차들만 분주하게 오갈 뿐 자동차도, 사람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병원에는 납품을 위해 이곳을 찾은 일부 납품업체 및 병원 관계자 그리고 병원을 경비하는 경찰들만 이따금 보일 뿐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한적하기만 했다.

■병원 입구는 구급차 행렬

반면 신장투석실로 활용되던 신장센터 입구 주변은 전국에서 동원된 구급차들로 혼잡스러웠다.
이곳에는 확진자와 이를 맞는 의료진, 구급대원들의 바쁜 손길로 분주했다. 의료진은 확진자가 도착하면 신원을 파악한 뒤 바로 병원 안으로 이동시켰고, 방역 관계자들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구급차 내·외부 소독에 곧바로 돌입한다.

하지만 병원 내부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대구·경북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후 병원에는 270여명의 의료진, 일명 '코로나19 전사'들이 24시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대구 달서구 신당동) 소속 의료진 220여명과 국군의무사령부, 공중보건의, 대구시의사회 등 외부인력 50여명이다.

■의료인력 턱없이 부족

이들은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는 비상대책본부와 입원병동에서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밤낮없이 관찰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퇴근 후에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소위 24시간 대기상태다.

불철주야 확진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서영성 병원장은 "코로나 비상사태를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로 일에 매진하는 교직원과 의료진이 너무 고맙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레벨D 보호구를 벗으면 땀범벅이 된 의료진이 늦은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 가족에게 혹시 전파될까봐 집에도 안 들어가는 의료진들 모습은 정말 눈물나게 애처롭다"며 의료진의 노고를 격려했다.

서 원장은 그러면서 "이곳 상황은 정말 녹록지 않다"면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민·군·관이 합심해 의료인력을 지원하고 있지만 확진자를 수용·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다만 지쳐 있는 의료진에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시민들의 파이팅이 있기에 열악한 조건에서도 새 힘이 생기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의 노력을 응원하는 기부도 급증하고 있다. 마스크, 체온계, 무전기, 과일, 컵라면, 치약, 칫솔, 빵, 현금, 음료 등 전국의 각계각층에서 사랑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 중인 의료진들은 "힘들어 지쳐 있다가도 비상대책본부 앞에 쌓인 기부물품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힘이 난다"며 "시민들께서 보내주신 따뜻한 손길에 몸은 힘들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보람된 마음으로 진료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병원 내 의료진과 지원인력은 "여기가 아니면 어디에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밤낮을 잊은 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환자 안전에 땀방울을 쏟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후 기존에 입원 중이던 환자 130여명에게 동의를 구한 후 퇴원 및 전원 조치했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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