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에 회사 맡길 수 없다" 국민연금·노조 '찬성표' 큰 힘

      2020.03.27 17:48   수정 : 2020.03.27 18:07기사원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박빙'일 것이라던 이번 주총은 조 회장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과 퇴임한 전직 임원들까지 자신들이 가진 몇 안되는 주식을 모두 긁어 모아 조 회장 측에 힘을 보탠 덕분이다.

특히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던 국민연금(2.9%)조차 조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재계에선 이들의 선택에 대해 "항공운수업이란 중차대한 국가기간산업을 담당하는 한진을 사모펀드에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명분 잃은 3자연합

지난해 4월 8일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그룹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그룹 안팎에는 조원태 회장을 흔드는 손이 적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던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그가 별세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27일 한진칼 지분 1.37% 추가매입 사실을 공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핏줄인 누나도 조원태 회장을 등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23일 조원태 회장이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당시만 해도 조 회장의 승리를 예단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반도건설의 등장도 위협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1일 한진칼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반도건설 측에 대해 시장에선 권홍사 회장과 고 조양호 회장의 인연을 언급했지만, 정체는 정반대였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손잡고 이른바 3자연합을 구축해 조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이들의 지분율은 32.06%. 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본인 지분 6.52%와 델타항공 10.00%,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지분을 모두 합해도 28.3%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주들은 '명분 없는 3자연합'에 등을 돌렸다. '땅콩회항'을 비판해 온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건 이율배반적이란 평가였다.

특히 그룹 내부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노조를 중심으로 3자연합을 성토하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한진그룹 경영투명성 개선을 통해 그룹의 시장 가치를 높이겠다'던 KCGI가 땅콩회항 등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룹 구성원들의 주장이었다. 주총일이 다가오면서 반도건설의 이중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당초 지분취득 목적을 '단순취득'이라고 밝혔던 반도건설이 돌연 '경영참가'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파고 타개할 전문성 앞서

추천한 이사들의 전문성 측면에서도 조 회장 측이 완승했다는 평가다. 3자연합 측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등을 사내이사로 추천했지만, 비항공업계 출신인 김 전 부회장이 코로나19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3자연합 측이 추천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는 후보 추천 나흘 만에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퇴하기도 했다.

여론이 조 회장 측에 서면서 보이지 않던 지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1.00%)가 대표적이다. 대한항공과 업무제휴를 한 카카오는 애당초 우호지분으로 분류됐지만 주총 1주일 전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 등이 조 회장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자 입장을 바꿨다. 반대 혹은 기권을 예상했던 국민연금(2.9%)조차 주총 전날 '찬성'을 결정했다.

특히 직원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
투표를 통해 안건별 찬반을 결정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3.79%)는 주총 사흘 전까지 의결권 행사가 불확실했다. 3자연합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탓이다.
그러나 법원은 직원들의 의결권 행사를 보장해줬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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