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분의 1 질량까지 정확히 측정… 세계 6개국 대열에 합류
2020.06.10 14:58
수정 : 2020.06.10 14: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도 아주 미세한 질량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국내 연구진이 절대질량을 측정하는 키블저울을 만들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1천만분의 1 수준까지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하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키블저울을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는 6곳뿐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키블저울을 이용해 질량의 단위인 ㎏ 측정값을 구현, 국제비교 참가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국제비교는 단위 재정의 이후 국제 질량 눈금을 정하기 위해 첫 번째로 시행됐다. 질량비교기가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에 각 나라의 측정값을 보내 비교하는 방식이다.
국제비교 참가조건은 측정값을 의심하는 정도, 즉 불확도가 2×1천만분의 1 이하만이 가능하다. 표준과학연구원은 불확도 1.2×1천만분의 1을 달성했다. 이번 국제비교는 표준과학연구원을 포함해 캐나다 'NRC', 미국 'NIST', 중국 'NIM', BIPM 등 총 5개 표준기관이 키블저울 실험을 이용해 참가했다.
단위가 불안정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일상생활과 모든 산업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제약, 반도체 등 정확한 질량측정을 요구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질량측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질량의 단위인 ㎏은 1889년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한 금속 원기의 질량을 1㎏으로 정의해 사용해 왔다. 이후 100여년 동안 약 수십 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 g)이 변한 것으로 추정돼 정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고정된 물리상수 값을 기준으로 측정 대상의 질량을 측정하는 키블저울이 고안됐다.
키블저울은 질량, 중력가속도, 전기, 시간, 길이 등 수많은 측정표준의 집합체로서 모든 측정의 불확도가 1억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현재 키블저울을 이용해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불확도는 약 1억분의 1 수준으로 캐나다와 미국만이 구현하고 있다.
KRISS 플랑크상수질량팀은 2012년 연구를 시작해 2016년 처음으로 키블저울을 설치했다. 당시 각 요소의 측정 불확도는 100만분의 1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직선 운동 향상을 위한 메커니즘 구현 △등속 운동을 위한 고속 제어 알고리즘 적용 △자석의 균일도 향상 △전기 잡음 원인 분석을 통한 잡음 개선 △전자기력과 중력 간의 정렬 방법 제안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1.2×1000만분의 1 수준의 최종 결과를 얻게 됐다.
김동민 책임연구원은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30년 이상 늦게 시작한 연구지만 최단기간 내 키블저울을 개발, 국제비교에 참가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라며, "향후 국제비교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그동안은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종속국이 아닌 기술 주도국으로써 첨단 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측정과학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메트롤로지아에 온라인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