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야산 끌고가 자살강요' 혐의 40대…1심은 실형, 2심은 무죄
2020.07.31 06:01
수정 : 2020.07.31 09:55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돈과 물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야산으로 끌고 가 자살을 하도록 강요하고,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유일한 증거였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에 이르러서는 이를 달리 판단했기 때문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12년 의류 도·소매업을 하던 중 알게됐다. 2014년 10월 A씨는 B씨에게 1억원을 줬지만 물품을 받지 못했다. 2015년 10월 A씨는 B씨를 사기 등 혐의로 고소했고, B씨는 사기죄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됐다.
2019년 7월23일 오후 1시께 A씨는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B씨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A씨는 B씨에게 "차에서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한 후 B씨의 차에 탔다.
A씨는 B씨의 차에 타자마자 차의 블랙박스 연결 선을 뽑고는 "중국에서 애들을 사왔는데, 도망을 가면 가족들을 살해하겠다" "휴대폰을 다 꺼라.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마라"라고 협박을 하며 B씨의 금 목걸이, 지갑, 차 키 등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같은 날 오후 1시20분께 이 둘은 인근 야산에 도착했고 A씨는 B씨에게 유서, 신상정보 등을 작성하게 하고 "자살을 하면 아이들은 건들지 않겠다"며 B씨를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도 있다.
A씨는 "B씨가 건네 준 금목걸이, 현금 등은 채무 변제를 위해 자발적으로 준 것이다"며 "자살을 시도한 것도 사태 해결을 위해 스스로 벌인 것이며 강요한 것이 아니다"며 목덜미를 한차례 민 사실 외에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1심은 "B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피해사실 및 피해경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진술 내용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고지했던 해악의 내용이 매우 중하고 범행의 내용 또한 매우 위험함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산속에서 이른바 '쇼'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없고, CCTV 증거도 없는 가운데 B씨의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입증할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항소심은 "주민센터에 설치된 CCTV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폭행을 당했다는 외관상 흔적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며 "B씨는 차 안에서 'A씨가 중국청부살해업자와 통화를 하는 것을 본인에게 직접 들려줬다'고도 진술을 하지만, 범행시간에 A씨의 통화내역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는 '2시간 동안 공포에 떨면서 나무 한 개에 목을 4번 매달았다'라고 했지만, 1심에서는 '목을 세 번 매달았다. 나무 세개를 옮겨다녔다'는 등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다"며 "이 때문에 B씨가 일부러 없는 피해 사실을 만들어 낸 것 같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A씨와 헤어진 직후 B씨가 업무용 폰으로 돈을 빌리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수십차례 통화를 한 점, 자신의 형사사건 담당 재판부에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전화를 한 점,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아무것도 하지못했다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3시간 넘게 계속 운전을 한 점 등을 들며 B씨가 A씨를 무고할 목적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