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에 수출업계 긴장… 1100원대 ‘비상 시나리오’ 가동
2020.09.20 18:17
수정 : 2020.09.20 20:10기사원문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이 아직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율하락(원화강세) 추세가 지속되면 가격 경쟁력에 손상을 입는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아직 괜찮지만'…산업계 불안
20일 외환시장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5거래일 연속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가운데 지난 18일 달러당 116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거래일보다 14.1원 하락한 것이며, 지난 1월 20일(1158.1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산업계는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해 당장 수출 가격 경쟁력에 손상이 올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상당수 수출 주력 업종들이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일 만큼 높인 상태라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 헤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 2017년과 2018년 환율이 1000~1130원을 오갔을 때도 큰 문제가 없었던 만큼, 최근 환율 변동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해 왔다"면서 "2009~2010년을 기점으로 해외 생산 비중이 더 높아져서 환율 변동에 대한 위험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조금 더 셈법이 복잡했다. 환율이 하락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것은 맞지만 일부 영업비용은 외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매출·영업익 하락을 일부 상쇄한다. 이 때문에 당장 어느 정도 환율 하락으로 큰 폭의 실적 악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건 맞다"면서도 "매출은 소폭 줄어도 달러 약세에 따른 구매비용 절감 등 효과가 있으므로 이 정도로는 영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가전업계도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 환율 문제에 관한 관심이 깊다. 다만 현재 가전제품의 경우 현지 생산이 많고 결제통화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당장 큰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1000원 마지노선
무역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연말 이후 달러당 1150~1200원대 박스권을 오르내렸다.
지금의 환율 상황은 미국이 저금리 기조 유지를 위해 자금을 풀면서 달러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생겼다. 코로나19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지금과 같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수입 비중이 높아 원화가치 상승이 환차익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에는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업이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수입과 수출을 모두 하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유수입 규모가 커 단기적으론 호재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출물량이 크기 때문에 환차손을 입을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환율 적정선을 1100~1200원 사이로 정했다"며 "달러 거래 환 헤지를 하고 있지만, 원화 가치가 계속 올라가면 향후 분기별 회계상 결산할 때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업계에선 원·달러 환율 100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강내영 무역협회 수석 연구원은 "약달러 기조는 올 상반기부터 예상됐지만, 코로나19가 이를 좀 더 오래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 변수"라면서 "이 상황이 장기화되고 1000달러 선이 무너진다면 그때는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 코로나에 환율까지 한숨
중소기업들도 추가 환율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자칠판과 비대면 출입통제시스템 수출기업 관계자는 "환율은 아직까지 고환율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 내부적으로 경영상황을 재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수출기업 관계자는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수출길이 막혀 있는 상황인데 환율마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업·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