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려면 줄 서라"…대입보다 어려운 전세 전쟁

      2020.10.14 06:05   수정 : 2020.10.14 10:17기사원문
국내 한 부동산카페에 공유된 전세 임장 사진. 게시인은 아파트 전세매물을 보기 위해 9팀이 줄을 섰으며, 제비뽑기로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고 전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가을 이사 철을 맞아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 매물을 구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4일 중개업계와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확산하면서, 세입자들의 애로가 담긴 전세 임장(현장 방문) 경험담 등이 공유되고 있다.



A씨는 최근 가족과 서울의 한 아파트 전세 매물을 보러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전셋집 앞에 9개 팀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전세 매물은 적은데 수요가 몰리면서 대기 줄까지 생긴 것이다.
순서를 정해 집을 본 사람들은 가위바위보와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계약자를 선정했다. 탈락한 사람들은 허무하게 돌아서야 했다.

A씨는 "요즘 전세 씨가 말랐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정말 어마무시하다"고 말했다.

B씨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최근 서울 대단지 아파트 전세를 찾아 중개업소를 헤맸으나, 매물이 단 한 가구도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쉬울 대로 매물이 나오면 연락하겠다며 B씨에게 대기 번호를 줬다. B씨 앞에는 이미 5개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예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지 않고 계약부터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송파구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등장하면 계약자들이 서로 달려드는 상황"이라며 "일정만 맞으면 집도 보지 않고 바로 계약금을 입금하는 경우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 계약 만기가 다 되도록 새로운 전셋집을 찾지 못해,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세입자들의 사연도 전해진다. 전세난 스트레스가 심해져 속병이 생겼다는 세입자들도 많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조사에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주 192.0을 기록해 2013년 9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96.9)에 근접하고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지수 범위가 0~200인 것을 고려하면 최근 지수는 전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보여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13일 기준 9334건으로,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인 2개월여 전(3만8427건)보다 75.7% 급감했다.

개별 단지로 보면 전세난에 대한 체감이 더 커진다. 동작구 신축인 흑석롯데캐슬에듀포레는 총 545가구인데 전세 매물은 단 한 건도 없다. 906가구 대단지인 서대문구 홍제센트럴아이파크도 나와 있는 전세는 2건에 불과하다.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하면서 전셋값도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멈춤 없이 오르기만 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또다시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기재부 간부 회의에서 "가을 이사 철을 맞아 전월세 시장 물량과 가격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 시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듭된 규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전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완화해야 하는데 단 기간에 공급을 늘리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그렇다면 수요를 완화해야 하는데 매매 규제, 사전청약 등 정부의 복잡한 정책이 전세 수요를 늘어나게 하고 있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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