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권리금 포기하고 문 닫아요"…이태원·신촌 '눈물의 폐업'

      2020.10.15 06:30   수정 : 2020.10.15 10:17기사원문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주점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한유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장기화되고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꺼리면서 서울 도심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상인들은 수억원 대의 권리금도 포기한 채 눈물을 머금고 장사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는 아직 문을 연 상점들이 많지 않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인근 대학으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빌 시간이었지만 온라인 강의가 이어지면서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도 드물었다.


유동인구가 줄어드니 식당과 상가를 찾는 손님들의 수도 줄어들었다. 2003년부터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 이후 3~5월 사이 매출이 70% 줄었고 지금은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이 골목 안에 고깃집, 포장마차는 다 문을 닫았다"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B씨는 "골목 안쪽 길 상가는 권리금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권리금이 없는데도 새로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인근의 홍대입구역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홍익대학교 인근 클럽 밀집구역에서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던 C씨도 권리금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4년 전부터 폐업을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말한 그는 "코로나 이후에 상황을 좀 지켜보려 했는데 상황이 길어지니까 그냥 포기하고 나가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상인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서울 도심의 상가들의 공실률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지역별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도심권 소규모 상가(2층 이하, 연면적 300㎡ 이하)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3.7%에서 점차 증가해 올해 2분기 4.2%를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00㎡ 이하)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공실률이 6.9%에서 7.9%로 늘었다.

특히 지난 5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됐던 용산구 이태원의 경우에는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이 올해 1분기 6.4%에서 2분기 15.2%로 급등했다. 중대형 상가의 지난해 4분기 19.9%였던 공실률이 올해 2분기 29.6%로 치솟았다.

실제 이태원 일대는 대로변의 상가 중에도 공실이 허다했다. 이태원 골목에서 부동산을 하는 D씨는 "최근 들어 권리금도 포기하고 장사를 접는 사람들이 계속 나온다"라며 "코로나로 장사가 안 되고 있는데 수백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를 비우고 폐업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정부로부터 폐업 지원을 신청하는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소상공인 점포 지원사업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소상공인 폐업점포 지원사업 신청 건수는 774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실적 6503건보다 19% 증가한 수치다.


상인들의 폐업 사례는 온라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는 상인들이 폐업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연이어 올라왔다.
영상 속 코로나 영향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닫아야 하는 상황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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