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형 인슐린 펌프로 혈당 관리… 전 세계 당뇨환자에 ‘새 삶’

      2020.10.18 17:15   수정 : 2020.10.20 14:53기사원문
이오플로우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김재진 대표가 지난 2011년 설립한 바이오벤처이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반도체 냉각 솔루션을 만드는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김 대표는 중국 기업에 팔면서 엑시트(회수)에 성공했다. 이후 인슐린 주입펌프 기술을 갖고 한국에 돌아와 이오플로우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이오플로우는 3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일회용 인슐린 펌프'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뇨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4억6000만명에 이른다.
심지어 5년 안에 7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에 10%는 인슐린을 사용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현재 120억달러(약 13조7500억원)로 평가받는 글로벌 인슐린 주입기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18일 경기 성남시 서현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사진)가 밝힌 회사의 비전이다.

그동안 당뇨환자들은 주사기나 일반형 인슐린 펌프 등을 이용해 혈당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주사기는 하루에 4회 이상 사용하고 통증을 수반한다. 일반형 인슐린 펌프는 일상생활에서 사용이 불편하고 병력이 쉽게 노출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유럽제약사와 1500억원 규모 계약

김재진 대표는 "그러다가 2005년 미국의 바이오벤처 인슐렛에서 일회용 인슐린 펌프를 개발했고, 이후 15년 동안 시장을 독점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0만명에 가까운 인슐린 사용자 중 20만명만이 인슐렛의 제품을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병은 합병증 때문에 혈당 관리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지만, 병력 노출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걸 꺼려한다"며 "일회용 인슐린 펌프를 활용하면 착용 후 3~4일 동안 샤워나 수영 등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혈당 관리에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성공 경험이 있는 벤처기업인에게도 인슐린 펌프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진 엔진 기능을 하는 구동부를 개발하는데 4년이 소요됐다. 이후 2년 만에 1세대 제품을 만들었지만 결함이 발견돼 또 2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이오패치'를 시장에 선보였다.

김 대표는 "1세대 제품 보다 무거워졌지만 안정성을 갖췄다.100년 전통의 유럽 제약사 매나리아와 5년 간 1500억원 어치의 납품계약을 맺었다"며 "인슐렛 제품은 3일용이지만 이오패치는 3.5일에서 4일 동안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초 '일체형 인공췌장' 개발 나서

인슐린 펌프는 지금도 진화 중이다. 이오플로우와 인슐렛은 자동으로 혈당을 관리해주는 '웨어러블 인공췌장'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현재 인슐린 펌프는 사용자가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해줘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덜기 위해 제품에 혈당센서를 연동시켜 자동으로 혈당을 관리해주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우리가 경쟁 기업 보다 5년 정도 개발이 늦었지만, 임상 데이터가 많은 기업과 손을 잡아서 상용화 시기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인공췌장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인공췌장은 패치 펌프와 혈당센서가 따로 있다"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펌프와 혈당센서가 한 기기에 있는 '일체형 웨어러블 인공췌장'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승인제도를 밟고 있다.

그는 "내년 하반기부터 FDA와 본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며 "오는 2023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인슐린 시장은 수천만명의 잠재고객이 있는 이제 시작하는 시장"이라며 "누군가의 시장을 뺏어올 필요 없이, 우리의 경쟁력으로 우리의 길을 가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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