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아너' 사실상 中정부에 매각..삼성 반사이익?

      2020.11.17 14:09   수정 : 2020.11.17 16:03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자사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룽야오)를 사실상 중국 정부에 결국 매각키로 했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화웨이는 17일 성명을 내고 아너의 모든 지분을 선전시 즈신신정보기술에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가격은 1000억위안(약 16조 8600억원)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속에서 아너 브랜드를 존속시키고 공급상과 판매상들을 살리기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며 “아너를 인수하는 즈신신정보기술은 30여곳의 아너 판매상들 주도로 설립된 회사”라고 설명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즈신신정보기술은 올해 9월 자본금 1억위안(약 168억76100만원)으로 차려진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지분 98.6%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는 ‘선전스마트시티과기발전그룹’이며 이는 선전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1.4% 지분도 선전시 국자위가 주도한 사모펀드가 갖고 있다. 따라서 결국 화훼이가 중국 정부에 아너를 매각한 셈이 된다.

아너는 2013년부터 화웨이가 운영해온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다. 아시아 시장에서 아너 스마트폰의 평균 가격은 156달러(약 17만원) 수준으로 낮다. 화웨이는 이 같은 저렴 가격으로 지난 7년간 아너 스마트폰을 7000여만대에 판매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미국 정부의 제재로 화웨이는 이동통신 기지국 등 통신 장비에서 소비자 가전에 이르는 거의 모든 제품의 생산에 지장을 받아왔다.

즈신신정보기술은 “이번 인수는 아너와 이와 연관된 기업들의 자구책이자 투자”라며 “소비자와 부품 공급사·파트너사 및 이들의 임직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의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중 아너 제품 비중이 약 25%로 알려져 있다.
올 2분기에는 한 때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아너가 화웨이에서 분할되면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3분기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22%와 14%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