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2도 화상 입었는데.." 무기계약직 교직원의 설움

파이낸셜뉴스       2020.11.26 14:14   수정 : 2020.11.26 16:08기사원문

"학교서 2도 화상 입었는데.." 무기계약직 교직원의 설움


[파이낸셜뉴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다시는 학교에서 저와 같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무기계약직 행정실무사 윤모씨는 지난 1월 경기도 의왕 A중학교 과학실에서 폐시약 수거 업무를 하던 중 손 등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학교 측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자 결국 거리로 나섰다.

"사고 직후 문제없어" 학교 측, 산재인정 거부

26일 정보공개청구센터 등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1월 30일 A중학교 과학교사의 부탁으로 폐시약 수거업무를 맡았다. 윤씨는 수거될 예정인 폐시약을 박스포장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폐시약을 신문지로 감싸 박스에 넣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윤씨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라텍스 장갑을 두 겹이나 착용한 상태였지만 뚜껑이 덜 닫힌 폐시약이 흘러 나오면서 라텍스 장갑이 녹았고 이로 인해 2도 화상을 입게 됐다.

윤씨는 "8년을 근무한 학교에서 지시한 업무를 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피해인데 학교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사고 발생 후 치료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A중학교가 근로복지공단에 지난 3월 재해근로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학교 측은 서류를 통해 "폐시약 인계인수 과정이 순조롭게 완료된 상황이었는데, 사고일로부터 5일이 지난 후 화상치료 진단서와 화상 부위 사진을 갖고 환자복 상태로 교장실을 찾았다"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시 업무를 요청했던 과학담당 교사는 "교육청 담당자가 커피 요청했을 때에도 밝은 표정으로 대했고, 당시 담당자가 화상을 입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면 커피 부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고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으나 이를 거부해 재해신청자의 화상 부위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두려웠다"

윤씨 측은 이 같은 학교 측의 주장이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씨는 "앞서 학교에서 발생한 학생 안전사고사건에 대해 담임교사는 회피했고, 이후 관련 업무를 실무사인 내게 떠넘겼다"며 "이 밖에도 모든 교직원이 보는 앞에서 새로운 업무를 받도록 강권했고 이로 인해 엄청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몸이 아파 병가를 내겠다고 하자 "행정 실무사 따위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윤씨는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수 차례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심적 스트레스가 심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고, 문제를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내색 않고 시약수거 업무를 마친 것"이라며 "그런데 학교 측은 이를 두고 '당시 문제가 없었다'라며 산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씨는 지난 23일부터 매일 경기도교육청을 찾아가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센터 관계자는 "직장내 괴롭힘은 단순한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특히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이를 관리하고 해결해야 하는 교육청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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