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선별진료소 첫날 혹한 속 긴줄…"신속검사 아무나 안돼" 혼란

      2020.12.14 13:14   수정 : 2020.12.14 21:45기사원문
14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대 돌파하는 등 폭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설치 첫날인 14일부터 임시선별진료소가 설치된 곳곳에는 강추위에도 혹시 모를 증상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다만 일부 임시선별진료소는 준비가 늦어져 시민들이 헛걸음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운영이 미숙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발길 이어진 임시선별진료소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는 임시선별진료소 천막 4개가 늘어서 있었다.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한파에도 시민 16명이 패딩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자가 늘어나 10시40분쯤에는 서울역광장 앞에 20여명 이상 긴 줄이 생겼다. 임시선별진료소 현장을 촬영하러 온 외신들도 보였다.

아들과 함께 이곳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김병기씨(63)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고 해서 불안하던 중에 임시선별진료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의료진이 나눠준 설문지에 연락처와 증상 등을 작성하고 대기줄에 섰다. 설문지에는 비인두도말PCR검사, 신속항원검사, 타액검사PCR 중 어떤 검사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 칸이 있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비인두도말PCR검사를 권했다. 콧속 깊숙이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표준 검사법이다. PCR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대신 당일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례가 되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코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했다. 모든 검사는 야외에서 진행됐다.

방역당국은 이날부터 3주간 코로나19 폭증세가 이어지고 있는 수도권에 150곳의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중구 서울역 광장, 종로구 탑골공원 앞, 용산구 용산역 등 14곳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열고 순차적으로 42곳을 추가 개소하기로 했다.

임시선별진료소는 무증상 감염자를 조기 발견해 선제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들어선다. 3주간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익명 검사도 가능하다.

◇신속항원검사 기준 없어 혼란…준비 늦어져 헛걸음도

다만 첫날 운영은 다소 미흡했다. 일부 진료소의 경우 신속항원검사 제공 기준이 없거나 준비가 늦어져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방역당국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비인두도말PCR 검사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되 희망자에 한해 다른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서울역광장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김병기씨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싶었는데 안 된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30분 정도 기다린 뒤 비인두도말PCR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역광장 앞에서 만난 A씨는 이날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함께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A씨는 "직장이 지방이라 PCR검사를 하면 내일까지 출근을 못해서 신속항원검사를 요청했다"며 "처음에는 (신속항원검사가) 안된다고 하다가 뭐라고 하니까 그제야 검사를 해줬다"고 지적했다.

서울역광장 임시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신속항원검사 200명분이 준비돼 있지만 응급으로 꼭 필요한 분들만 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대기줄이 짧아서 괜찮지만 동선이 꼬일 수 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장소가 마땅치 않다"고도 덧붙였다.

임시선별진료소를 찾다 허탕을 친 사례도 있었다. A씨는 이미 흑석동과 용산역 임시선별진료소를 갔다가 준비가 안 돼 있어서 헛걸음을 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보건소에 전화해도 통화가 되는 곳이 하나도 없어서 발품을 팔아서 왔다"며 "준비가 미비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임시선별진료소는 준비가 끝나지 않아 오전에는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진료소에는 낙엽과 은행 열매만 가득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첫날이라 장비를 정리하느라 오후 2시부터 검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말에 갑자기 지시가 내려와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이 이용할 컨테이너에는 전기 설치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검사용 천막이 하나뿐이라 검사를 기다리는 시민들 추위를 피할 곳도 안보였다.

검사 대기 시민과 일반 시민과의 동선이 구분되지 않아 혼선도 예상된다.
탑골공원 앞 임시선별진료소 검사용 천막 뒤편에는 노숙자 한 명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어 관계자가 이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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