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재건 발목 잡는 부채비율

      2020.12.20 18:08   수정 : 2020.12.20 21:28기사원문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최근 국내 수출기업들은 환율 하락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유의 선박대란에 따른 이중고까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가 해운을 통해 운송되고 원유, 철광석, 연료탄 등 전략물자는 100%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어 해운산업은 수출과 국민생활을 지탱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매출액과 선복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해운업의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그런데 해운산업에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선·후방 경제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해양업의 디지털화는 첨단센서, 빅데이터, 위성통신 등 스마트 선박운영시스템이나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을 통한 해상사고 방지뿐만 아니라 선박중개에 블록체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해운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에 자율주행이 있듯이 선박에도 인공지능자율주행이 있다. 자율주행선박 시장규모는 2023년 1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해양산업의 장밋빛 전망을 가로막고 국내 해운업 재건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부채비율이다. 2020년 9월 기준 HMM(옛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438%에 달하고, 대한해운도 291%에 이른다. 반면 세계 1위 머스크의 부채비율은 90%에 불과하고 2위인 MSC도 146%다. 그런데 해운업은 특성상 적기에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해서 해상운송을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문제는 선박의 자산가치와 운영에 따른 미래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거대자금이 투입되는 선박투자를 늘릴수록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민간금융조달이 급속히 어려워지면서 2018년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재 국적원양선사의 선박 확보를 위해 금융지원을 하고 있으나, 공사의 투자와 보증제도는 현행 국제회계기준에서 해운사의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된다. 해운사의 높은 부채비율은 단순히 추가 차입의 어려움이나 금리 상승뿐만 아니라 장기계약을 선호하는 해외 화주에게 안정적 화물운송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해운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연결지배기업은 해운사가 적기에 선박을 건조해 경쟁력을 갖출수록 오히려 연결기업 전체의 재무위험이 악화된다.

유럽연합(EU)은 국제회계기준이 EU 상장기업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아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는 반면, 국내 산업은 국제회계기준 변경으로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수익인식기준 변경으로 건설업의 매출이 감소했으며, 리스기준 변경으로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이 급등했다.
또한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시행을 앞둔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여력이 없다. 이제 우리 정부도 국내 해운업 재건에 발목을 잡는 회계기준 개정을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더불어 부채비율에 대해 열린 혁신적 사고로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회계정책도 국가전략임을 잊지 말자.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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